빔펠콤이 오랜 골칫거리였던 오라스콤텔레콤·윈드텔레콤에 대한 지배력(지분) 다툼을 끝내고 이동통신사업 세계화에 박차를 가한다. 주요 신흥 시장에 진출하고, 관련 사업자금을 차입하는 데 필요한 경영 의결권 지분을 확보했다.
20일 로이터에 따르면 러시아 이동통신사업자인 빔펠콤은 60억달러(약 6조7700억원) 상당 현금과 주식을 주고 오라스콤텔레콤·윈드텔레콤 지분 53.3%를 사들였다.
억만장자 나기브 사위리스가 보유했던 오라스콤텔레콤은 알제리 이동통신사업자인 제지(Djezzy)를 계열사로 둔 아랍 지역 통신시장의 강자다. 빔펠콤은 오라스콤텔레콤 경영 의결권 지분을 확보한 데 힙입어 가입자 규모가 약 1억7500만명으로 두 배나 늘어나게 됐다. 빔펠콤은 또 이탈리아를 사업 권역으로 하는 윈드텔레콤의 고객을 더해 가입자 기준 세계 5위권 이동통신사업자로 도약할 전망이다.
조 룬더 빔펠콤 회장은 “좋은 거래였다”며 “(12년 전) 모스크바에서 유럽형 2세대 이동전화(GSM)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이제 국제적인 사업자가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오라스콤텔레콤·윈드텔레콤 의결권 주식 36%를 보유한 노르웨이의 텔레노어는 빌펠콤의 합류를 반대했다. 오라스콤텔레콤·윈드텔레콤 소액주주의 60%도 200억달러에 달할 차입금이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우려해 반대쪽에 섰다. 하지만 빔펠콤 대주주인 알파그룹과 이 회사를 지지하는 세력에 눌려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국제연합무역개발협의회(UNCTAD)는 빔펠콤이 알제리 등지에 적극 진출하는 게 개발도상국의 빈곤을 개선하는 데 잠재적인 도움을 주는 것으로 평가돼 눈길을 끌었다. 빈곤국가에서 쓰이는 휴대폰의 경제적 편익이 유선 통신서비스보다 크다는 것이다. 국가 재정이 취약해 유무선 통신 설비를 모두 갖추기가 어려운 빈곤국가의 현실을 고려한 해석으로 풀이됐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