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자연재해에 무너진 현대과학, 과학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자

[월요논단] 자연재해에 무너진 현대과학, 과학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자

 평온했던 금요일을 덮친 일본의 강진과 쓰나미. 쓰나미로 엉망이 된 상황을 추스르기도 전에 원전 폭발의 위험과 방사능 피폭에 대한 두려움은 일본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지진 피해자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걱정 외에도, 이번 사태를 보며 과학자들이 느끼는 충격 또한 쓰나미 같다는 느낌이다. 특히 그간 과학기술자들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일련의 재난 현상을 너무 단편적으로 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대형 지진이 발생하면 건물 붕괴와 산사태, 쓰나미로 인한 도시 파괴와 원자력 발전소 손상 같은 최악의 상황이 쉴틈없이 잇따라 일어난다. 여기에 이어지는 전염병과 생태계의 붕괴, 인간의 생존 위험에 이르는 전과정 평가에 대한 연구에 대해 과학계가 그동안 인색하지 않았나 싶다. 이러한 연쇄 시나리오 중 원자력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는 특히 전세계 과학계가 당장 함께 풀어야 할 난제로, 지금 많은 관련 과학자들을 고민케 하고 있다.

 사실 원자력은 명실공히 현대 과학이 만들어낸 최고의 기술분야 중 하나다. 위험성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 이상의 이점으로 인해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원으로 효과적으로 활용되어 왔다. 그러나 일본의 이번 사태는 원자력이 가졌던 이점만큼이나 천재지변 등으로 인한 사고시 그 피해의 파장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많은 과학자들이 다시 한번 절감케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과학은 과학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과학 본연의 자세는‘Research’다. 다시 찾아내서(Re-search) 연구하는 작업인 것이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말처럼 현대과학이 만든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 또한 과학자들 자신이다. 연구는 미래를 위한 보험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하고 중단 없는 연구로 원자력이 가진 안전성의 문제를 전 세계 과학자들이 함께 풀어야 한다.

 살아있는 지구를 움직이는 것은 우리 인간이 아닌 신의 영역이다. 신의 영역인 지구과학의 연구에 도전의 정신이 필요할 때다. 그 영역이 광대하다 해서 이같이 엄청난 인류의 피해 앞에 과학이 잠시라도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신의 영역이었던 게놈 지도를 발견해 내고 난치병을 해결해 나가듯, 이번 실패를 딛고 지구과학, 기후변화 등 환경과학에 대한 연구를 보다 깊이 있게 지속하는 것만이 미래의 피해와 재앙을 줄일 수 있는 길이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 실패를 연구한다.” 몇 해 전 일본이 산·관·학 협력으로 실패 보고서를 만들며 붙인 말이다. 모든 실패에는 이유가 있고, 실패를 감추는 게 아니라 활용하기 위해 실패 보고서를 만든다는 것. 실패의 원인을 찾은 이 보고서는 실패가 아니라 일본의 부활 전략 보고서였다.

 이제 과학자들도 지금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 그리하여 엄청난 자연재해 앞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대비하는 최선의 방법을 연구하고 찾아 나가야 한다. 아흔 아홉번의 실패를 연구노트에 기록하며 단 한번 성공의 방법을 찾는 고되고 긴 여정이 과학이다.

 현대과학을 절망에 빠뜨린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의 충격을 털고 일어나, 과학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자. 인간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거대한 자연재해로부터 우리의 가족, 인류의 미래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실의에 빠져있는 일본 과학계에 비좁은 우리의 연구 환경이라도 나누어 주고픈 심정이다.

문길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kcmoon@kis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