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TV와 화질

[ET단상] TV와 화질

 최근에 시장에 나오는 TV를 보면 예전에는 상상도 못하던 외양을 갖추고 있다. 우선 화면의 크기가 엄청나게 커졌을뿐 아니라, 두께가 화면의 크기에 비해 무척 얇아진 평판 디스플레이가 대부분이다. 이와 더불어 모바일에서 경험을 한 스마트화가 TV에서도 일어나면서 방송국들이 내보내는 프로그램을 단순히 받기만 해서 바보 상자로 불리던 TV가 이제는 디지털 신호를 사용하여 시청자가 내용을 선택할 수 있는 양방향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똑똑한 TV로 변화하고 있는 것을 목도 하고 있다.

 다행히 이 변화에서 중요한 평판 디스플레이 산업은 우리나라가 일찍부터 대처를 잘해 세계에서 팔리는 평판 TV의 3대 중 1대는 한국에서 제작된 것일 정도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모두가 주지하다시피 아날로그 시대의 브라운관 TV의 지존은 소니였다. 소니가 만든 TV는 다른 회사 제품에 비해 프리미엄을 주고 사야만 했던 것은 그만큼 좋은 화질을 볼 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TV의 화질은 해상도나 색 표현력과 같은 하드웨어 특성과 더불어 화상 처리를 하는 소프트웨어에 의해 결정되며 소니는 당시 다른 회사들보다 우수한 표시 성능을 갖는 트리니트론이라는 하드웨어와 베가라는 탁월한 화질 처리 소프트웨어 모두를 갖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는 디지털 평판 TV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야기지만 TV를 사게 되는 일반 소비자는 종종 매우 혼란스러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평판 디스플레이 종류의 선택에 있어 LCD가 좋은지 PDP가 좋은지에 대한 결심이 어렵고 설사 LCD로 정했더라도 광시야각 특성에 있어 IPS가 좋은지 VA가 좋은지 등 일반 소비자가 이해하기에는 너무 전문적인 용어들을 쓰는 판매원을 우리는 종종 경험을 하게 된다.

 또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3D TV에서 셔터 안경식이 좋은지 편광 안경식이 우수한지와 같은 논란도 같은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문제들은 평판 디스플레이가 갖는 고유한 문제들, 즉 종류가 LCD, PDP, OLED 등으로 다양하고 각각은 고유한 장단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들이라고 할 수 있다. 각각의 하드웨어상의 단점들은 소프트웨어 기술로써 대응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상이 움직이게 되면 LCD는 상이 흐려 진다 던지, PDP는 경계에 줄이 생기는 잡음이 발생하게 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LCD는 240 혹은 480 Hz 구동, PDP는 서브 필드 조정이나 잡음의 확산 같은 화상 처리 방법을 이용하여 눈에 띄지 않게 만드는 방법을 쓴다.

 이렇게 다양한 정보 디스플레이 장치나 기술에 대한 최종 평가는 소비자가 하게 되나, 종종 왜곡되게 주입된 선입관이나 정보에 의해 잘못된 평가가 내려지는 경우가 있다. 향후 하드웨어 상의 성능 격차가 점점 없어지면서 감성이 느끼는 인식에 바탕을 둔 평가가 더욱 중요해 지리라 생각된다. 지금까지는 정보 디스플레이 관련 국내 기업이나 대학에서의 주 연구가 하드웨어 성능을 좋게 하는 연구에 치중을 해 왔으나, 앞으로는 감성 화질을 좋게 하는 연구도 심도 있게 체계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이 참에 전기 공학뿐만 아니라 인지 과학, 안과학, 뇌 과학, 심리학을 전공하는 연구자들이 모여 이에 관한 연구를 학문적으로 오류가 없이 공정하게 수행하여, 소비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표준을 제안, 기업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평가 결과를 되먹임해 줄 수 있는 감성 화질 연구소를 만드는 것을 제안해본다.

 황 기웅 서울대 전기 공학부 교수 kwhang@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