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 뿌린 대로 거둔다

[리더스포럼] 뿌린 대로 거둔다

 1973년 정부는 3개의 지방국립대를 특성화학과로 지정했다. 경북대학교 전자공학과, 부산대학교 기계공학과, 전남대학교 화학과로 기억된다. 특성화학과는 신입생 정원을 확대하고 정부의 지원이 집중됐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지난 30년간 우리 경제를 견인한 산업 분야는 전자, 조선, 자동차, 화학 분야다. 이것이 우연이라고 생각하는가.

 다른 분야도 유사하겠지만 IT 분야에 국한해서 생각해보자. 우리나라는 왜 IT강국이 되었을까.

 우선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초고속 통신망 보급률과 이동통신 보급률이 높고 반도체강국이기 때문이라는 답이 올라와 있다. 국가의 정보통신산업을 주도했던 한 전문가는 1980년대 IT를 조기 도입했기 때문이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1990년대 초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선두에 서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투자로 우리나라가 IT강국이 됐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그 이유를 더 이른 시점에서 찾는다.

 경북대학교 전자공학과는 1973년 특성화학과로 지정된 후 매년 250명의 신입생을 모집했고 1978년에는 600명을 모집하고 이듬해 800명 등 13년 동안 6000명 이상의 IT인력을 양성했다.

 다른 대학의 전자공학과 정원이 40~50명 수준이었으니 10여 대학에서 배출되는 인력 이상을 매년 한 학교에서 배출한 셈이다. 이 시대에는 지방국립대의 위상이 높았으며 예비고사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 장학금을 주고 특차로 우선 선발하였으므로 좋은 두뇌들이 많이 모였다.

 학생 수가 많고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으로 좋은 시설을 많은 학생이 활용할 수 있어 장비의 가용도도 높았다. 특성화학과에서 양성된 수천명의 인력은 KT,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같은 대기업 또는 구미공단과 대덕연구단지 등으로 취업해 연구개발과 기술발전에 기여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이들이 사회로 나오기 시작하는 1976년도에 설립돼 우수인력을 끌어들였다. 그로부터 10여년 후 우리나라는 시분할교환기도 자체적으로 개발 생산하게 됐고 고집적 반도체도 개발했다. 물론 자체 기술 확보를 위해 해외 IT도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기술을 도입하더라도 그것을 제대로 소화해서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인력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그 투자는 큰 결실이 없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1년부터 2009년까지 나노연구개발 사업에 총 2조276억원이라는 자금을 투입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얻어낸 산업적 결과물이 별로 없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는 IT강국의 신화를 이어가기 위해 기가코리아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이동통신 중심의 대형 국가 연구개발(R&D) 프로젝트로 내년부터 2019년까지 8년간 3단계에 걸쳐 단말기, 소프트웨어(SW), 콘텐츠, 서비스 핵심 기술개발, 인력양성 등의 세부전략을 수립한다.

 문제는 이공계 기피현상이다. 어쩌다 공과대학을 입학한 두뇌들도 휴학을 하며 진로를 바꾼다.

 이와 같은 현실이 개선되지 않고 인재의 양적, 질적 양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어떤 멋진 계획도 좋은 열매를 거두기 힘들 것이다. 우리나라가 어떤 분야에서 세계적인 리더가 되기를 원한다면 장기적인 계획에 의한 충분한 인재 양성과 인재활용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선순환구조의 기획 및 실행이 필요하다.

 권은희 헤리트 대표이사 ehkwon@heri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