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경쟁을 통한 통신요금 인하 방편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동통신재판매(MVNO) 사업이 활성화 기반 부족과 사업자 간 준비 미흡으로 ‘무늬만 MVNO’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MVNO 사업 자격은 취득했지만 실제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 유령 사업자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도매제공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을 통해 MVNO 사업을 할 수 있는 별정4호 자격을 취득한 기업은 9개사다.
온세텔레콤·한국케이블텔레콤(KCT)·몬티스타텔레콤·에스로밍·에넥스텔레콤·인스프리트 등에 이어 이달 들어서도 한국정보통신·KDC정보통신·케이티스가 별정4호 대열에 합류하는 등 10호 사업자 배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데이터 전용상품을 내놓은 한국정보통신을 제외하곤 대다수 업체가 구체적인 상용화 계획을 확정하지 못해 MVNO 사업 경착륙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온세텔레콤과 KCT는 당초 7월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추진했지만 협상과 준비 지연으로 사실상 서비스 연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아직 사업계획 자체가 백지 상태인 곳도 있다. 최근 별정4호 등록을 마친 A사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앞으로 세워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계획을 먼저 세우고 필요한 자격을 취득하는 보통의 비즈니스 순서와는 거꾸로 된 셈이다.
사업의지는 있지만 수행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제자리걸음을 걷는 곳도 있다. 또 다른 예비사업자 B사 관계자는 “신규 사업이다 보니 정보가 부족해 사업계획을 세우기 쉽지 않다”며 “선발 주자의 움직임을 지켜본 후 대응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근 관심을 모으는 MVNO 효과를 누리기 위해 별정4호 자격을 취득한다는 극단적인 지적도 제기됐다. 주식시장에서 별정4호 등록이 좋은 주가 재료로 작용하는 것을 두고 나온 지적이다.
실제로 현행 규정상 별정4호로 등록한 후 1년 이내에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자격을 잃을뿐 별다른 제재는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별정4호 사업자가 기존 별정2호(무선재판매)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있다. 2009년 말 기준으로 별정2호 등록사업자는 60개에 달했지만 실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11개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MVNO 시장이 해외와 달리 이미 이통 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 시작되는 만큼 예비사업자가 단순한 사업 등록을 넘어 차별화된 전략 수립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22일 MVNO 보고서를 통해 ‘비용절감’과 ‘차별화’를 MVNO 성공요인으로 꼽고 △온오프라인을 활용한 차별화된 유통 △청소년·노인·군인·외국인·저소득층 등 틈새시장 공략 △기존 사업과 연계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 △데이터에 특화된 개인·기업용 서비스 발굴 등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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