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도 모르는 휴대폰 요금 할인

22일 오후 서울 명동의 한 휴대폰 유통대리점. 기자가 직접 출고가 81만4000원짜리 스마트폰을 고른 후 통신사에 가입하려 하자 판매원의 장황한 설명이 이어졌다.

판매원은 "프로모션 할인, 요금할인, 추가할인 등 명목으로 매달 2만4000원의 통신요금을 깎아주고 가입 2년차에는 2000원 정도를 더 할인받게 된다. 결국 단말기 가격은 20만원도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채권보증금은 별도로 내야하지만 번호이동에 따른 가입비는 대신 납부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할인 명목을 간소화해 얼마를 할인받는지 단번에 알 수 있도록 해줄 수 없느냐고 묻자 "본사에서 내려온 정책"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통신요금 인하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복잡한 할인 요금제가 소비자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현재 스마트폰에 가입할 때는 대부분 매달 요금을 할인해 주는 형태로 단말기 구입 보조금이 지급된다.

그 명목이 프로모션 일반요금 추가요금 등으로 복잡해 일반인들은 자신의 요금이 어떻게 할인을 받는지 알기 어려운 형편이다.

최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자신의 통신 요금제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30%대에 불과했다. 한 스마트폰 가입자는 "너무 복잡해서 이해하기를 포기했다"면서 "뭔가 사기당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런 복잡한 할인이 지역별, 시간대별로 오락가락한다는 것이 문제다.

이동통신의 전략 휴대폰이나 전략 지역에는 높은 할인을 적용하고 나머지 소비자들의 주머니에서 손해를 충당한다. 오전에 경쟁사에서 보조금을 올리면 오후에 따라 올리는 식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할인 규모가 달라진다.

이는 이통사가 추가 이익을 볼 수 있도록 요금제를 교묘하게 설계했기 때문이다.

할인 명목을 늘려 큰 폭으로 깎아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할인 명목을 복잡하게 만들어 가입자들이 합리적인 결정을 하지 못하게 막으려는 의도도 있다.

프로모션 할인의 경우 상황에 따라 이통사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방통위에 요금 약관 신고를 할 필요가 없는 `한시적` 할인이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SK텔레콤 등 이통사와 삼성전자ㆍLG전자ㆍ팬택 등 제조사를 상대로 `휴대폰 출고가와 보조금 관련 불공정행위 조사`에 착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기획재정부와 방통위, 공정위는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가계 통신비에 휴대폰 가격과 보조금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를 펼치고 있다.

전주용 KISDI 연구원은 "이통요금제는 투명성이 부족하다"면서 "소비자는 정보가 아예 없거나, 정보가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워 쉽게 서비스 및 요금제 선택 결정을 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투명성 부족은 결국 이용자들에게 필요 이상의 요금제를 선택하게 하는 등 부정적인 효과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매일경제 황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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