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빅뱅 스마트라이프 시대](9) 스마트러닝

이러닝산업협회 세미나
 
  한국이러닝산업협회가 주최한 스마트러닝 포럼 창립 세미나가 14일 대치동 섬유센터에서 산학관 관계자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러닝산업협회 세미나 한국이러닝산업협회가 주최한 스마트러닝 포럼 창립 세미나가 14일 대치동 섬유센터에서 산학관 관계자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국내 e러닝 시장규모(매출액 기준)

 ‘4당 5락’이라 했다. 밤을 새워가며 ‘빽빽이’를 채우고 교과서와 참고서는 여러 차례 그은 밑줄로 너덜너덜해졌다.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어야만 제대로 공부한다고 여겼다. 인생을 결정짓는 대학 입학을 위해서라면 그래야 한다고 모두가 생각했다. 하지만 달라졌다. 효율성이 중요해졌다. 좀 더 효과적인 학습 수단이 등장했다. 두꺼운 종이사전은 얇은 전자사전으로 대체됐다. 종이책 대신 PC로 공부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강의실을 찾지 않더라도 PMP로 충분히 현장감 있는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이뿐 아니다. 어린 시절 공부만으로 인생 전반이 결정된다는 인식도 점차 바뀌고 있다. 평생교육이 중요해졌다. 직장인도 자기계발을 위해 학습을 하고, 노년층은 인생의 2막을 열기 위해 배움의 자리를 찾는다. 바야흐로 교육의 패러다임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닝 산업의 명과 암=교육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이 바로 이러닝 산업이다. 이러닝산업 발전법에 따르면 ‘전자적 수단, 정보통신 및 전파·방송 기술을 활용하여 이루어지는 학습’을 이러닝이라 일컫는다. 통신망을 통한 분산형태의 학습뿐만 아니라 CD 등 전자적 매체를 기반으로 하는 모든 형태의 학습이 이러닝에 포함된다. 분야 역시 콘텐츠·솔루션·서비스 등으로 다양하게 걸쳐 있다.

 이러닝산업은 초·중·고 학생들의 공부 방식을 크게 변화시켰다. 교육시장이 상대적으로 큰 우리나라의 특성상 대부분의 이러닝산업은 초·중등 교육에 집중돼 왔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의 2009년 이러닝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수요자별 이러닝 이용(도입)률은 2005년 정부·공공기관 43.0%, 교육기관 26.5%로 교육기관이나 정부 중심이었고 기업체는 이용률이 전혀 없었으나, 2009년에는 기업체도 3.6%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300인 이상 기업체의 이용률은 2005년 0%에서 2009년 60.7%로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이러닝산업은 지속적인 발전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전체 이러닝사업자 중 매출액 100억원 이상인 사업자는 3%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영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56.4%가 매출 1억원 미만이다. 내수시장 중심 성장으로 글로벌 경쟁력 또한 취약하다. 국내 이러닝사업자 중 200개 이상이 해외진출을 원하지만, 실제로 해외진출에 성공한 업체는 전체의 3.7%인 51개에 불과하다. 이러닝 공급확대로 활용률은 높아졌지만, 지역·계층 간 불균형도 심화됐다.

 지역별 이러닝 이용률을 살펴보면 서울 52.7%, 인천 64.1%로 대도시의 이용률이 높은 데 비해 전북 35.0%, 경북 33.4%로 농촌지역의 이용률은 저조하다.

 업계는 PC를 이용해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 이용하는 기존 이러닝만으로는 새로운 정보기술(IT) 환경과 학습환경을 아우르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스마트러닝이 부각되는 이유다.

 ◇스마트러닝, 이러닝을 대체할 화두로 떠오르다=최근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의 보급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일부는 이를 이용한 교육을 스마트러닝으로 지칭하기도 한다. 그러나 스마트러닝 업계는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교육이 스마트러닝의 전부가 아니라고 말한다. 스마트러닝의 개념을 스마트폰·패드 활용 교육과 학습에 국한하면 향후 변화할 시장환경을 주도하기 힘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업계는 스마트러닝에 대해 정의하고, 범주를 설정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스마트러닝포럼 의장을 맡은 곽덕훈 EBS 사장은 “스마트러닝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사용되는 단어”라며 “장치보다 사람과 콘텐츠에 기반을 둔 학습자 중심의 지능형 및 소통 기반 맞춤학습”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닫힌 개념이 아닌 열린 개념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스마트러닝은 향후 통신비, 저작권 보호, 정보유통 활성화, 디지털교과서 등 다양한 이슈를 만들어 낼 전망이다. 관련 정책 추진을 위한 주체도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 고용노동부 등이 참여해야 종합적인 밑그림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스마트러닝, 정부도 발 벗고 나서=기대에 부응하고자 지식경제부는 최근 ‘글로벌 4대 스마트러닝 강국 실현을 위한 이러닝산업 발전 및 활성화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지경부는 이러닝산업은 정보기술과 교육이 융합된 지식서비스산업으로서 급성장하는 고부가가치 신성장동력이라고 바라봤다. 산업 측면에서 국가산업의 지식정보화와 우수 산업인재 양성, 교육 측면에서 공교육 보완과 평생교육 실현을 지원한다는 의미에서 스마트러닝산업이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와 높은 교육열을 지닌 만큼 관련 산업 발전과 활성화를 위한 최적의 여건을 보유했다는 것이 정부의 분석이다. 이에 정부는 ‘글로벌 4대 스마트러닝 강국 실현’을 목표로 2015년까지 △이러닝산업 생태계 개선 △기술혁신 역량강화와 창의적 인재양성 △이러닝 활용 촉진 △이러닝산업 해외진출 확대 등의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산업 규모는 2009년 2조1000억원에서 2015년 3조5000억원으로, 고용 규모도 2만3000명에서 3만7000명으로 늘린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또 스마트러닝 기술 선점을 위한 기술로드맵 수립에도 적극 나설 전망이다. 이를테면 교육용 가상현실 플랫폼, 교육용 증강현실 콘텐츠 등의 수립을 위해 지원한다는 것이다. 사전 상용화 테스트와 적합성 검사를 지원하기 위한 테스트베드도 구축된다. 산학연 교류의 활성화에도 힘을 쏟는다.

 정부는 국제 표준화에도 대응하기로 했다. 국내 이러닝기업 중 표준기술을 적용하고 있는 기업은 전체의 27.9%에 불과하다. 이에 정보통신산업진흥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이러닝학회 등과 함께 공동연구를 진행해 향후 국내 이러닝기업의 스마트러닝 시장 선점을 도모하기로 했다. 또, 중소 이러닝기업의 이러닝표준에 대한 이해와 활용을 돕기 위해 ‘이러닝표준 적용가이드라인’을 개발·보급한다.

 정부는 취약계층의 이러닝 활용 지원에도 앞장선다. 다문화 가정, 장애인, 학습 소외자 등이 느끼는 지식정보격차를 해결하기 위해 이들을 위한 교육복지를 펼치기로 했다.

 하지만 업계는 스마트러닝산업이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저작권, 인력 문제 등의 해결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콘텐츠 제공이 무상으로 이뤄지는 관행을 개선하고, 전문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불합리한 계약 관행 개선을 위한 이러닝산업 표준계약서를 보급하고, 이러닝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이러닝서비스 표준 약관을 제정·보급하며 저작물 이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스> 교육업체 현황

 ‘스마트러닝 시장을 선점하라.’

 신시장을 잡기 위한 교육출판 업체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일부 업체는 스마트러닝을 위한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에 한창이고, 통신사와 제휴하는 업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스마트폰·스마트패드의 보급 확산이 침체된 이러닝 시장에 활기를 불러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메가스터디, 이투스교육 등은 각종 입시용 강의 및 정보서비스를 스마트폰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메가스터디는 지난해부터 스마트폰용 앱을 출시, 수강생이 강의를 내려받아 공부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투스교육은 지난해 ‘이투스 입시정보’ 앱을 출시했으며, 올 상반기 이투스 이러닝이 구현되는 새로운 앱을 선보일 계획이다.

 출판사들은 스마트패드용 어린이 동화와 만화 앱 개발이 한창이다. 웅진씽크빅은 아이패드와 아이폰용 앱 5종을 출시해 해당 카테고리에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영어책인 ‘잉글리시 리스타트’도 앱으로 출시했다.

 교원은 자사 동화책 시리즈인 ‘이솝우화’를 아이패드용 앱으로 제작해 공급 중이다. 대교출판 역시 ‘원리똑똑 과학동화’ 시리즈 중 일부를 교육용 앱으로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 두산동아도 학습용 앱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동아전과, 월간학습지 등을 스마트패드용으로 제작해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비상교육은 디지털콘텐츠 아카이브를 구축 중이다. 회사가 보유한 오프라인 교재를 디지털화하고 멀티미디어 기능도 추가한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일부 업체는 통신사와 활발한 제휴를 벌이고 있다. YBM시사닷컴은 SK텔레콤과 함께 인기 강의를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는 상품을 내놨다. 정상JLS는 KT와 제휴해 영어교육용 앱을 내놨다. JC정철도 KT와 함께 스마트폰·패드용 영어 학습 앱을 공동 개발했다.

 

 특별취재팀 = 강병준 차장(팀장 bjkang@etnews.co.kr), 김원석 기자, 양종석 기자, 문보경 기자, 허정윤 기자, 안석현 기자, 박창규 기자

   

 

 

지난해 9월 열린 `2010 이러닝 위크`  행사장에서 어린이가 터치스크린을 이용한 u러닝 수업을 시연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열린 `2010 이러닝 위크` 행사장에서 어린이가 터치스크린을 이용한 u러닝 수업을 시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