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컴퓨팅 시대가 열리면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웹 브라우저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인터넷 익스플로러9(IE9)으로 주도권 강화에 나선 가운데 모질라 재단의 파이어폭스(Fire Fox)와 구글의 크롬(Crome)이 잇따라 새 버전을 내놓고 IE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웹 브라우저가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 차별화 도구나 광고 수단으로 활용되는 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클라우드 컴퓨터 확산 시 애플리케이션과 이용자의 접점이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도권 경쟁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왜 웹 브라우저인가=28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웹 브라우저를 개발해 공급하는 대표적인 기업에는 `IT 빅3`인 MS, 구글, 애플과 함께 모질라 재단, 오페라 등이 있다.
웹 브라우저란 한 마디로 인터넷에 접속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창이다.
최근까지 국내에서는 MS의 운영체제(OS)인 윈도의 아성이 공고하다 보니 `웹 브라우저=IE`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IE 편중 현상이 심했다.
그러나 구글과 애플, 모질라 등이 잇따라 제 각각의 특성을 가진 웹 브라우저를 내세우면서 이런 구도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사용자들은 웹 브라우저를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업체 입장에서는 브라우저가 직접 수익원은 아니다.
그러나 이동통신 제조업체와 OS 사업자, 미들웨어 보유 사업자 등과 라이선싱 계약을 통해 또 검색과 쇼핑 바 등의 형태로 수익이 생길 수 있다.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 라인업을 갖춘 애플과 구글은 자체 웹 브라우저를 개발해 이를 내부화함으로써 자사 제품과 서비스의 차별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향후 웹 브라우저의 쓰임새와 관련해 가장 관심을 모으는 부분은 클라우드 컴퓨팅의 확산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인터넷을 통해 개인의 컴퓨터가 아닌 서버에 존재하는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것을 뜻한다. 이때 서버와 이용자 간의 인터페이스를 담당하는 것이 웹 브라우저다.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에서는 거의 모든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가 브라우저를 통해 제공되기 때문에 브라우저의 중요성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최근 HTML5 기술의 발전으로 구글의 크롬 OS, MS의 가젤(Gazelle), HP의 웹 OS 등 웹 브라우저 기반의 OS 개발 움직임이 잇따르면서 브라우저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넷스케이프 넘은 MS IE=인터넷이 아직 대중화되기 전인 1990년대, 웹 브라우저 시장은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Navigator)의 시대였다.
미국 국가슈퍼컴퓨팅 응용센터(NCSA)의 모자익(Mosaic) 웹 브라우저 개발을 주도했던 마크 안드레센(Marc Andreessen)이 1994년 출시한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는 웹 서비스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와 맞물리면서 1996년 4월 90%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현재 가장 대표적인 웹 브라우저인 IE는 이러한 넷스케이프의 아성에 도전하기 위해 1995년 8월 윈도 95와 함께 1.0 버전을 출시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에는 매킨토시와 32비트 윈도를 모두 지원하는 크로스 플랫폼 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 2.0이 공개됐다.
IE는 출시 3년 만인 1998년 10월 시장점유율 30%대에 올라섰으며 1999년에는 처음으로 넷스케이프와 IE의 점유율이 역전됐다.
이후 2000년대에는 넷스케이프의 점유율이 20% 밑으로 떨어지면서 1차 웹 브라우저 경쟁은 IE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MS는 윈도 XP의 개발이 마무리되고 며칠 후인 2001년 8월에 IE6를, 2006년 1월에는 악성 소프트웨어와 피싱 공격으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는 기능을 추가한 IE7을 각각 출시했다.
이어 2009년 3월에는 최첨단 보안 기능을 갖춘 IE8을 25개 언어로 출시했고 최근 속도와 사용자 환경, 보안 등에서 기능을 대거 개선한 IE9을 발표했다.
IE9은 웹 브라우저의 기본인 검색 속도가 이전 버전보다 약 12배 빨라졌고 고화질 비디오나 복잡하고 화려한 그래픽이 포함된 사이트도 빠르고 매끄럽게 재생시켜준다.
기존 버전에서 길게는 4개 줄이었던 메뉴 바를 1줄로 확 줄여 사용자 환경(UI)도 간결해졌다.
보안 측면에서도 사용자가 방문한 웹 사이트의 취약성을 악용해 사용자의 로그인 정보를 기록하는 악성 콘텐츠를 감지하는 것은 물론 웹 검색 활동에 대한 기록을 삭제해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줄였다.
◇크롬.파이어폭스, IE에 정면 도전=웹 브라우저 시장에서 MS IE에 도전장을 던진 가장 강력한 도전자는 MS와 여러 분야에서 경쟁하는 구글의 크롬이다.
넷애플리케이션에 따르면 지난달 웹 브라우저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익스플로러가 56.77%로 파이어폭스(21.74%)와 구글 크롬(10.93%), 애플 사파리(6.36%) 등을 앞서고 있다.
구글 크롬은 2008년 9월 런칭 이후 1%대 점유율에 머물다 이듬해 5월(2.18%) 2%대에 올라섰고 9월 3.17%, 12월 4.63%, 지난해 1월에는 5.22%, 3월 6.13%, 5월 7.04%에 이어 최근에는 두자릿수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또 다른 웹 브라우저 분석전문사이트인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파이어폭스(30%)와 크롬(17%)의 점유율 합계는 이미 MS의 IE(43%)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이 웹 브라우저를 직접 개발하게 된 것은 인터넷의 진화에 따라 현재와 미래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꼭 맞는 브라우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처음 등장할 당시만 해도 웹 페이지는 단순한 텍스트 형식으로 구성됐지만 오늘날에는 이메일과 문서편집, 동영상 및 음악감상 등 다양한 웹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는 강력한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구글 크롬은 이처럼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현재의 웹과 앞으로 선보일 미래의 애플리케이션을 위해 개발됐다.
웹 접근 향상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크롬의 특징은 `3S`, 속도(Speed), 단순성(Simplicity), 안전성(Security)으로 요약할 수 있다.
구글 크롬 5.0 베타버전을 선보이며 제작된 구글 크롬 광고 영상은 구글 크롬이 얼마나 빠른지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2분10초 가량의 이 영상은 구글 크롬의 강점인 `웹페이지 로딩속도`를 총, 소리, 번개와 비교한 실험 결과를 담고 있다.
편의성 면에서도 크롬은 주소창 검색, 북마크 동기화, 자동번역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멀티-프로세스 플랫폼을 채택해 안정성과 보안성도 뛰어나다.
구글은 지난 8일 `크롬 10` 정식 버전을 출시했으며 `크롬 12` 버전도 테스트 중에 있다.
모질라의 파이어폭스는 현재 IE를 가장 위협하는 웹 브라우저다.
모질라는 2003년 7월 비영리 재단으로 설립됐는데, 넷스케이프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모델을 기반으로 2004년 파이어폭스 1.0 버전이 출시됐다.
파이어폭스는 다양한 기능과 지속적인 보완을 통해 꾸준히 시장점유율을 확대해왔다.
지난 22일 발표한 최신 버전인 파이어폭스4는 출시 하루 만에 무려 500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가 이뤄지면서 IE9을 위협하고 있다.
파이어폭스4는 윈도와 맥, 리눅스 등에서 80개 언어로 내려받기가 가능하고, 조만간 안드로이드 버전도 출시될 예정이다.
사파리는 애플에 의해 개발돼 주로 맥(Mac) 계열 컴퓨터에서 활용되고 있는 브라우저로, 2003년 1월 베타 버전이 처음 출시된 바 있다.
특히 애플이 아이팟과 아이폰, 아이패드 등의 모바일 디바이스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이들 디바이스에 기본 탑재된 사파리 브라우저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이외의 웹 브라우저로는 지난 1996년에 처음 출시된 오페라가 있지만,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낮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