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은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센서, 바이오·나노 공정, 아날로그 등을 잘 융합하면 신개념 제품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허염 실리콘마이터스 대표는 최근 서강대학교에서 전자공학과 대학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 대학원이 개설한 ‘융·복합기술특론1’ 과목(담당 교수 장흥순 서강미래기술연구원장 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에서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변화와 전망’이란 제목으로 강의를 펼쳤다.
허 대표는 “디지털TV의 핵심 칩을 1990년대 중후반에 우리나라에서 처음 개발했는데 지금은 대만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며 “시스템반도체 시장도 중국과 대만에 뺏기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디지털 시스템온칩(SoC) 분야는 이제 엄청나게 큰 규모의 기업이 아니면 사업을 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장비 투자비, 공정 개발비, 제품 및 SW 개발비 등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팹리스 회사는 회로 설계에서 부가가치를 만들어야 하며, 전력관리칩처럼 아날로그 칩을 만드는 기업은 공정 최적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허 대표는 “전자전기기기는 전력 공급이 핵심”이라며 “PC 주기판을 보면 전력 관련이 큰 부분을 차지하며 에러가 발생하는 것도 대부분 전력 문제”라고 전력관리칩(PMIC)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요즘은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효율 문제가 가장 첨예해서 유럽에 제품을 팔 때는 전력 소비 제한이 있습니다. 전력 소비를 얼마나 줄이는지가 제품 설계의 관건입니다.”
PMIC는 대표적인 아날로그 칩이다. 개발자가 오랜 경험을 쌓아야 제대로 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 허 대표는 “PMIC 산업은 사람의 가치가 중요하다”며 “실리콘마이터스에서도 가장 중요한 자원은 사람”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허 대표는 “PMIC 분야 우리나라 대표로서 글로벌 시장에서 금메달을 따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2007년 국내 최초의 PMIC 전문 팹리스 반도체 회사인 실리콘마이터스를 창업했다. 지난 2009년 매출 250억원을 달성했고 올해는 1000억원을 목표로 세웠다.
허 대표는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스탠퍼드대 컴퓨터연구소 연구원, 삼성전자 컴퓨터부문 CPU 및 시스템 개발담당 이사, 현대전자 미국법인 최고기술책임자(CTO), 하이닉스반도체 부사장, 매그나칩반도체 대표를 역임했다. 서울대 전자공학 학사, KAIST 전자공학 석사, 미 스탠퍼드대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융·복합기술특론1 과목은 지난 2일 시작해 16주 동안 매주 수요일마다 관련 분야에서 성공한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초빙해 강의한다. 한 학기 동안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 오상록 KIST 인지로봇연구단장, 변대규 휴맥스 대표, 권오철 하이닉스반도체 대표 등 21명이 강단에 선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