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4G 코리아의 반란]10회/부처별 노력이 혼란만 가중

 3차원(3D) 카메라 등을 개발하는 A사는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 항상 3개 부처 이상을 돌아야 한다.

 이 회사가 개발하는 3D 카메라를 국내 방송국 등에 넣기 위해 방송 분야를 담당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연구개발 자금 등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지식경제부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 방송장비 산업 진흥을 지경부에서 담당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다. 3D 카메라로 찍은 콘텐츠 관련 업무는 문화관광부 소관업무다.

 이런 문제는 단순히 3D와 같은 분야에 한정돼 있지 않다.

 만약 네트워크 장비를 개발하는 기업이 연구개발 자금을 받으려면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한다. 어느 한쪽에 가까운 것처럼 비쳐지면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관련 협회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올해 초 발표됐던 ‘차세대 모바일 확보 전략’이다.

 정부는 올해 초 범정부 차원에서 마련한 차세대 모바일 확보 전략을 발표했다. 2세대(G), 3G는 한발 늦었지만 4G 이후의 차세대 모바일 시장에서는 세계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정책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지경부·방통위·문화부·행정안전부 등 다양한 부처가 참여했다. 4G 글로벌 표준채택을 앞두고 유럽·미국·중국 등 주요 국가·기업 간 패권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가 공격적으로 미래전략을 제시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차세대 모바일 확보 전략’은 사공 많은 정부의 IT 정책 문제점을 다시 보여줬다는 평가다.

 IT 분야 핵심 4개 정부부처가 모바일 생태계 조성을 위해 머리를 맞댔지만, 서로 시너지를 내기보다는 오히려 부처 간 업무 중복과 기능 분산으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데 구조적인 한계를 노출했다.

 ‘차세대 모바일 확보 전략’의 핵심은 2015년까지 4G 이후의 모바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핵심 기술역량을 강화하고 모바일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런 전략 실현을 위해 4개 IT 부처 간 조율이 절실하다.

 그러나 ‘차세대 모바일 확보 전략’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4개 부처가 초고속 모바일 강국 실현을 위해 정책적으로 조율한 측면보다는 각 부처의 모바일 전략을 인위적으로 꿰맞춘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모바일 강국 실현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기 위해 범정부 부처를 동원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어느 곳도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

 실제로 정부의 모바일 전략의 핵심을 이루는 R&D 계획은 관할 부처인 지경부와 방통위가 중복으로 수행하게 된다. 4G 핵심 기술인 와이브로와 LTE에 이어 기가급 모바일 R&D 국책과제도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담당하지만, 자금지원 및 관리업무는 각각 지경부와 방통위가 공동 진행하는 모양새가 유력하다. ETRI로서는 동일한 연구개발 과제를 수행하면서 두 곳의 정부부처와 일을 해야 하는 셈이다.

 범정부 차원에서 모바일 정책을 추진할 확실한 책임주체가 없다 보니, 모바일 생태계 조성작업도 각각의 부처 입장에 따라 모래알 정책으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 모바일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서는 단말기·서비스·콘텐츠 등을 하나의 생태계로 조성하는 것이 관건인데, 현재 해당 정책기능은 모두 지경부·방통위·문화부 등으로 뿔뿔이 흩어져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작 해당 부처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현상은 모바일 정책뿐만이 아니다.

 3D, 클라우드 컴퓨팅, 모바일카드 등 최근 이슈가 된 사안들에는 최소 3개 이상의 관련 부처가 연관되어 있다.

 벤처기업의 한 사장은 “부처 간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인정하지만, 여러 부처가 저마다 숟가락을 얹어 놓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오히려 기업들에는 사업별 명확한 추진 주체가 정해지는 게 혼란을 막아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