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현재 후쿠시마 원전의 새로운 위기로 떠오른 과제는 원전 부지 내 플루토늄 검출과 압력용기 균열 여부다.
전문가들은 플루토늄 검출은 이미 예견된 것으로 새로운 위험요인이 아니지만, 압력용기 균열이 사실로 확인되면 대규모 방사선 누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포스텍 기계공학과 김무환 교수는 "플루토늄을 원료로 쓰지 않는 1ㆍ2ㆍ4호기에서도 핵연료의 약 96∼97%를 차지하는 우라늄-238이 중성자와 충돌하면 플루토늄을 생성시킬 수 있는데다 원전 폭발 초기부터 핵연료가 손상됐다는 얘기가 있었기 때문에 플루토늄 누출은 예견된 것으로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플루토늄은 이미 초기부터 누출됐지만 일본 정부가 측정하지 못하다가 뒤늦게 발견됐을 가능성도 있다.
원자력연구원 백원필 안전연구본부장은 "2호기의 손상된 격납 용기로 플루토늄이 누출됐거나, 3ㆍ4호기의 사용 후 저장 수조가 손상된 상태에서 물을 부으면서 넘치는 과정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이런 플루토늄 누출만으로 원전 사태가 악화하지는 않지만, 압력용기가 손상되면 압력용기를 감싼 최후의 보루인 격납용기에 방사선 물질을 대량 유출시켜 격납용기를 균열시킬 수 있기 때문에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
김 교수는 "압력용기는 핵연료를 둘러싸는 1차 용기로 손상된 핵연료에서 나온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아주는 강력한 장치"라며 "이것이 손상되면 훨씬 많은 방사선 물질이 격납용기 쪽으로 유출되는데 격납용기가 손상된 2호기의 경우 대규모 방사선 누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원자로에는 여러 종류의 방호벽이 있는데 핵연료 분말을 고온으로 구워 원통형으로 굳힌 핵연료 펠릿, 연료봉을 감싸는 지르코늄 합금의 원통형 관인 연료 피복관, 그리고 다음으로 원료 피복관 수백 개를 담는 두께 25cm의 철제 압력 용기는 높은 압력과 온도에도 견디도록 설계돼 있다. 압력용기는 마지막 방호벽인 격납용기와 콘크리트벽으로 방사선 물질이 새지 않도록 거르는 중간 방호벽인 셈이다.
김 교수는 "압력용기가 손상됐다면 향후 방사성 물질의 이동경로에 따라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압력용기의 균열규모가 알려지지 않아 정확한 분석은 어려운 상황이다.
백 본부장은 "2호기의 압력용기는 손상됐을 수 있지만 1ㆍ3호기는 거의 손상이 안됐을 것"이라며 "2호기 압력용기가 손상됐다고 해도 대규모 균열은 아닐 것"이라고 추측했다.
카이스트 장순흥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압력용기에 구멍이 났다면 빨리 압력용기 바깥에 물을 채워야 한다"며 "물을 채우면 압력용기 보호도 되고 방사선 누출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압력용기 바깥에 물만 채운다면 이르면 3주 내, 늦어도 한달 내 원자로가 안정화할 수도 있다.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도 복구에 3주가 소요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