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보조금 문제를 둘러싸고 국내 대표 이동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간 갈등이 시작됐다. 공정위의 보조금 지급 조사에서 시작돼 단말기 가격과 통신료 인하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해 좀처럼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갈등은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히는 것과 같이 서로의 이해관계가 달라 적대시하거나 충돌하는 것을 뜻한다. 이번 갈등도 이통사와 휴대폰 제조사간 복잡한 이해관계에서 탄생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수 년전 정부가 휴대폰 보조금 일몰제를 단행할 당시 나타났던 갈등과 동일한 양상이다. 또, 지난해 해외 유명 스마트폰 도입으로 모 이통사와 제조사간 벌어졌던 신경전과도 일맥상통한다.
지난해와 최근 발생한 갈등의 차이는 그 대상이 변했을 뿐 근본적인 문제는 다르지 않다. 휴대폰 보조금 지급에 따른 이해득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이다.
갈등의 진원지에 대한 시각도 극렬하게 나뉜다. 이번 사안에 대한 원인을 놓고 양측 모두 상대방에게 화살을 돌리고 있다. 해결 방안도 서로의 몫으로 미루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통 업계와 휴대폰 제조업계를 대표하는 대리전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최근 갈등이 불거지자 양측이 대외적으로 부정적인 모습을 내비치지 말자는 ‘신사협정’까지 맺었다는 후문이다. 이는 오히려 갈등이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는 반증이다.
현재 상황에서 당사자들은 한치도 양보할 뜻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갈등은 장기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음달부터 시작될 신형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출시 경쟁에서 양측의 갈등은 본격적으로 확대될 여지가 높다.
갈등의 폭이 깊어질 때 가장 좋은 해법은 ‘중재자’가 나서는 것이다. 중재자로 정부가 될 수도 있고 여론이나 소비자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중재자라도 갈등 해소로 얻어지는 결과물은 ‘소비자 혜택’에 초점을 맞춰야한다. 실제 가격이 싸진 휴대폰 단말기를 소비자가 구입할 수 있어야한다. 또, 매번 반복되는 이통사와 제조사간 휴대폰 보조금 지급 분담 논란도 이번 기회에 뿌리를 뽑아야할 것이다.
서동규 정보통신담당 차장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