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산업도 정보기술(IT)처럼 부가가치가 높은 쪽을 겨냥해야 합니다. 천편일률적인 관광 서비스로는 경쟁력이 없습니다.” 정명진 코스모진 대표(40)는 여행업계의 이단아다. 누구나 생각하는 관광 상품이 아닌 좀 특별한 분야를, 그것도 맨땅에서 개척했다. 바로 ‘VIP 관광 서비스’다. “일종의 의전 관광입니다. 관광 본연의 목적보다는 국제회의나 행사, 기업 방문 목적으로 오는 외국인이 대상입니다. 의전에서 개별 관광, 사후서비스를 모두 책임집니다. 글로벌 기업으로 부상한 삼성·LG·현대, 오라클·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이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이 주요 고객입니다.”
정 대표는 여행 목적 중 ‘기타 목적’으로 들어오는 고객을 겨냥하고 있다. 관광공사 추산으로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관광객은 대략 830만명. 이중에 기타 목적으로 들어온 관광객은 대략 20~30% 수준이다. 정 대표는 틈새라고 말하지만 적지 않은 규모다. 이들은 세미나와 회의를 위해 우리나라를 주로 찾았다. 특히 IT와 인터넷 강국이라는 우리나라 이미지, 삼성과 같은 글로벌 전자 기업 덕분에 그 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정 대표는 이 수요를 주목한 것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국제회의 통역과 주관 등 컨벤션 관련 회사에 있었는데 그 때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호기심에서 출발했는데 호응이 좋아 사업 규모가 커졌습니다.”
코스모진은 2001년 설립했다. 처음에는 컨벤션 업무와 같이 진행했는데 2005년 국제행사가 많아지면서 수요가 늘자 아예 VIP 서비스에만 집중했다. 올해로 설립 10년을 맞는데 크고 작은 기업까지 합치면 고객사가 300곳을 훌쩍 넘어선다. “서울·제주·부산 등이 국제도시로 이름을 알리면서 순수 관광객 보다는 행사 참여를 위해 찾는 외국인이 크게 늘었습니다. 게다가 삼성과 LG 위상이 높아지면서 거의 매월 내부 외국인 임원을 포함해 바이어와 파트너가 우리나라를 찾고 있습니다. 시장은 지금 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낙관하고 있습니다.”
흔히 VIP관광은 고객만 다르다는 편견이 있는데 기존 여행업과 접근 방식부터 완전히 다르다. 방문하는 외국인 취향을 알아보고 방문 목적에 맞게 이벤트, 요청하는 고객사 입맛에 맞게 일정을 짜야 한다. 관광, 이벤트, 컨설팅 업무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노하우와 경험이 뒷받침돼야 한다. 코스모진이 확실한 경쟁 우위를 자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슬람 등 국가별 관습과 에티켓은 기본으로 훑고 있어야 합니다. 고객사 요구도 까다로울 경우가 많습니다. 가령 기업에서 계약 목적으로 VIP를 초정했다면 먼저 방문자 취향에서 음식과 숙박까지 모두 점검합니다. 심지어 움직이는 일정에 경쟁사 로고나 제품이 보이면 안 됩니다. 자칫 계약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 대표는 기존 여행업에 비해 다소 피곤하지만 보람은 있다고 강조했다. “VIP투어가 국내 관광이나 여행의 미래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관광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도전해 볼만한 분야입니다. 작은 일이지만 민간 외교관이라는 자부심도 있습니다.” 정 대표는 “우리나라는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이라도 노하우가 제대로 전수되지 않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며 “코스모진에서 쌓은 노하우를 매뉴얼화해 체계적으로 전수할 수 있는 교육 사업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