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상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으면서 “장애인이나 노인은 우리 물건을 사지 마세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장애인이나 노인이 원하는 상품을 편리하게 소비할 수 있게끔 환경을 조성하는 데는 무신경하다.
소비자를 차별하지 않는 디자인을 가리켜 ‘액세서블 디자인(accessible design)’이라고 부른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는 의미다. 카드 상하 좌우 귀퉁이 네 곳에 모두 문자를 적어 넣어 왼손잡이도 불편 없이 카드 여러 장을 볼 수 있게 한 것도 액세서블 디자인의 예다.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사회적 책임(CSR)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CSR을 자선이나 봉사와 같은 사회 공헌 활동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오히려 액세서블 디자인이 CSR 경영 활동의 하나다.
신간 ‘기업의 사회적 책임, CSR 경영’은 CSR의 개념과 실태, 실천 방법을 정리한 책이다. 일상적인 경영 활동 자체를 통해 주주, 투자자, 소비자, 고객에게 신뢰를 받으며 유능한 인재를 받아들이고 직원·노조와 공동체의 지지를 받음으로써 종합적인 가치를 높이는 방침이 CSR라고 강조한다.
책은 일본 기업들의 CSR를 중심으로 작성돼 있다. 일본의 기업들은 우리보다 앞선 1970년대 공해 문제 확산으로 CSR의 필요성을 논의하기 시작했고, 1990년대에 이르러선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 붐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2003년은 CSR 원년이라고 불릴 만큼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 책은 일본 사회의 CSR 추진 체계, 국제적인 기업 경영 환경의 변화와 그에 따른 일본 기업의 CSR 대응 및 동향을 분석하고 이후의 방향과 구체적 과제를 제시한다.
국내 기업인들과 경영학도, 연구가들은 이 책을 통해 일본 CSR의 현황과 국제적인 이해 수준을 파악하고 나아가 국내 현황과 비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니모토 간지 지음, 김재현 옮김, 시대의창 펴냄, 값 1만9800원.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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