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산업의 도약을 위해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같이 가야 합니다. 과거처럼 하드웨어만 좋다고 잘 팔리는 시대가 지났습니다. 삼성과 LG는 전통적으로 하드웨어가 강합니다. 이제는 소프트웨어에 전략적으로 투자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기업이 앞장서야 합니다.”
최근 정기총회를 통해 협회장에 정식으로 연임된 김건중 전자정보인협회 회장(75)은 “소프트웨어 투자를 위해 정부와 학교가 아닌 기업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전자산업에 몸 담았던 전자 원로들의 대표 단체. 개인 회원 자격으로 300여명 가량이 활동 중이다. 대부분 이미 전자업계에서 은퇴한 ‘노땅’들이지만 아직도 후학 양성, 중소기업 지원, 해외 연대 사업 등 직간접적으로 전자업계 발전에 도움을 줄 정도로 애정이 각별하다. 지난 2년 동안 협회장을 맡고 연임한 김 회장은 70년대 맨땅에서 삼성전자 통신 분야를 개척한 ‘1세대’ 엔지니어다.
“전자산업이 급속하게 융·복합화하는 추세입니다. 10년은커녕 5년도 내다보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분명한 점은 소프트웨어 중요성이 엄청 커졌습니다. 인력 양성과 교육을 학교와 정부에 의존하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한계가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기업이 전폭적으로 투자해야 합니다.”
다행이 그는 삼성과 같은 글로벌 전자 기업은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의 강점은 융복합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 포토폴리오입니다. 반도체·LCD·시스템·가전 등 모든 분야를 다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인프라를 잘 활용해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다이내믹한 환경 구조를 구축하는 게 필요합니다.”
김 회장은 미국 대형컴퓨터업체 유니백을 거쳐 77년 삼성에 합류했다. 당시 삼성은 한국전자통신(KTC)을 인수하면서 이제 막 통신에 눈을 뜨는 단계였다. 김 회장은 전자교환기 개발을 위해 처음으로 대규모 연수단을 이끌고 벨기에 기술 연수를 주도하는 등 삼성의 통신 인프라를 개척한 주역이다. 진공관 컴퓨터에서 트랜지스터, 집적회로(IC) 시대를 모두 경험한 통신시스템의 산증인이다.
“삼성의 강점은 문화입니다. 삼성은 위기감을 조성하면서 끊임없이 긴장감을 심어 줍니다. 세계 정상에 오른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삼성만의 고유한 문화를 구축해 앞으로 큰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5년, 10년 후 삼성입니다. 차세대 먹을거리를 찾아야 합니다.” 김 회장은 “앞으로 10년이 국내 전자산업에서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며 IT를 기반한 바이오, 융합 산업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건중 회장 2기 체제를 선언한 전자정보인협회는 올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한인 엔지니어클럽인 베이코리아(Bay Korea) 등과 손잡는 등 국제 연대 사업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