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대지진, 반도체 소재부터 완제품까지 가격 상승 도미노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출시 차질 예상

 일본 대지진 여파가 점차 현실화되면서 반도체 소재부터 완제품까지 가격 상승 도미노가 예상된다.

 31일 관련업계 및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3월 들어 D램과 낸드 플래시 고정 거래 가격이 일제히 상승세로 반전된 데 이어 관련 소재, 패키지 가격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3월 주력 낸드제품 가격은 5~15% 가까이 상승했다. 낸드플래시 가격이 상승한 것은 5개월 만이다. 지난해 5월 이후 계속 가격이 하락했던 D램 고정거래가도 최근 10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 3.4~3.8% 인상됐다.

 일본 소재 기업들의 타격이 알려지면서 최근 반도체 소재 및 반제품 가격도 상승세를 보였다. 반도체용 기판에 사용되는 박(薄)동박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온 일본 미쓰이금속이 이번 지진으로 큰 피해를 보면서 동박 가격이 급상승했다. 이 여파로 PCB 원재료를 만드는 동박적층박(CCL) 기업들이 가격을 인상했고 이는 그대로 반도체용 PCB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또 반도체 PCB와 웨이퍼를 구매해 반도체 완제품을 만드는 패키지 기업들도 최근 가격을 올렸다.

 반도체용 PCB는 25% 가까이 인상됐으며 패키지 가격은 10% 정도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패키지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상승에 따라 패키지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반도체 기업들에 설명했으며 이들도 이례적으로 가격 인상을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의 경우 재료비 비중이 30%를 밑도는 만큼 패키지 가격 상승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바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일정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대지진에 따른 웨이퍼 공급차질도 가격 인상을 부채질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는 웨이퍼 수급 차질에도 낸드 수요 증가로 인해 올해 낸드 시장은 사상 최대 규모인 220억달러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에쓰의 시라카와 공장과 MEMC의 우쓰노미야 공장이 이번 지진의 직격탄을 맞아 가동이 중단됐으며 전 세계 웨이퍼 공급의 25%가량이 손실을 입었다고 이 시장조사기관은 추정했다.

 이에 따라 이번 달 본격적인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태블릿PC) 출시를 앞두고 일부 부품 수급에 차질이 불가피하고, 2분기 전체적으로 일본 지진 사태에 심각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됐다.

 아이서플라이는 이 같은 공급 부족이 3분기까지 이어지며 낸드 플래시 가격 상승을 견인, 연말까지 낸드 플래시 평균 판매가격은 30%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4분기부터는 웨이퍼 공급 차질이 복구될 것으로 예측됐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부품소재 다변화를 추진해온데다가 바잉파워를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부품소재 공급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가격상승에 따른 수혜가 국내기업에 돌아갈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이번 지진에 공장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르네사스, TI, 무라타 등이 반도체나 부품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 완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경우 D램이나 낸드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웨이퍼 시장이 공급과잉이었던 점을 들어 신에쓰의 피해가 있더라도 공급차질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