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윤순진 서울대 교수

[전문가칼럼]윤순진 서울대 교수

 지진과 쓰나미가 휩쓸고 간 이튿날인 3월 12일부터 일본 후쿠시마현 원자로 여섯 기에서 여러 날에 걸쳐 사고가 발생한 후 지금까지 진행 중에 있다. 원전사고는 끝나지 않았다. 이미 방사능 재앙은 시작됐고 앞으로 언제까지 진행될지 알 수 없다. 원전 자체가 수습되는 데도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는데다 육지로 대기로 바다로 배출된 방사능이 어떤 영향을 얼마나 미칠지 알 수도 없다. 1986년의 체르노빌 사고도 올해로 25주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폭발은 멈췄지만 방사능 오염에 의한 고통은 아직도 여전하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부터 우린 무엇을 배울 수 있고 배워야 할까. 현재 우리나라에는 21기의 원자로가 가동 중이고 7기가 건설 중이다. 정부는 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전력 소비량이 2010~2024년 기간에 연평균 1.9%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후 원자력을 2010년 1871만6000㎾에서 3591만6000㎾로 증설하고 원자력의 발전량을 14만4856GWh에서 29만5399GWh로 2배 이상 늘리고자 한다. 이렇게 되면 원자력 발전 비중은 2010년 31.4%에서 2024년 48.5%가 된다. 이 목표를 맞추기 위해 추가적으로 이미 4기가 건설 준비 중에 있고 새로 2기를 더 건설할 계획이다. 그래서 이대로 가면 2024년에는 총 34기의 원자로가 가동된다. 지역별로는 지금도 4개 지역이 핵단지를 이루고 있는데, 34기가 다 지어지면 고리에 12기, 울진에 10기, 월성과 영광에 각 6기씩 있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 원전의 총 시설용량은 세계 6위인데 우리나라는 국토면적이 좁으면서 시설용량이 크기 때문에 단위 면적당 원전 시설 규모가 지금도 세계 10대 원전 대국 중 가장 크다. 34기로 늘어나면 더 조밀해진다. 게다가 4개 지역에 원전이 집중해 있어 후쿠시마 사고처럼 한 지역에 한꺼번에 자연재해가 닥칠 경우 엄청난 재난이 일어날 수 있다. 갈수록 테러의 위험이 증가하는 데다 한국은 분단국가라 더 위험하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의 시설용량을 41%로, 전력량 비중을 59%로 높일 계획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지금 우리가 가는 이 길이 지속가능한지 묻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약속한 모든 원전에 대한 총체적인 안전 점검 실시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매뉴얼 구축, 실질적인 대응 훈련도 물론 중요하다. 나아가 원자력 규제·감시와 원자력 산업 개발·육성 기관의 엄격한 분리, 모든 정보의 투명한 공개, 안전 점검과정에 시민사회의 참여 보장 등도 요구된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차제에 원전 수명연장이나 원전 확대 정책 자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아무리 우수한 과학기술적 장치도 인간의 실수나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자연재난 앞에서는 한계가 있다. 원자력이 깨끗하고 안전하며 값싼 에너지를 무한히 공급해줄 수 없다는 건 그간의 세 번의 역사적 원전 사고를 통해 확인 할 수 있다. 이 길을 지속하는 건 당장의 편리와 안락을 위해 우리와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담보로 한 위험한 거래이자 무책임한 행동이다. 사용 후 핵연료 처분문제의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라 더 그렇다. 세계 여러 국가들이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통해 원자력 르네상스의 허상을 깨닫고 있다. 먼저 에너지를 소비를 줄이고, 더 많은 에너지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채워나가는 방향, 그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체르노빌사고의 교훈을 깊이 성찰한 독일의 에너지 소비량과 전력 소비량이 우리보다 훨씬 낮으면서 재생가능에너지 분야에서 앞서 있다는 사실은 좋은 본보기와 이정표가 된다. 이제 정말 우리의 대안적인 에너지 미래를 진지하게 모색해야 한다.

 윤순진 서울대학교 교수 ecodemo@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