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김지운 씨(26)는 지난 2월 A소셜커머스 기업에서 판매한 일본식 선술집 할인 쿠폰 700장 가운데 몇 장을 구입했다. 이후 예약을 하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했지만 언제나 예약 완료라는 답변만 되돌아왔다.
최근 `혹시나` 하는 생각에 예약을 하지 않고 매장에 들른 그는 낭패감을 맛봤다. 테이블이 발행된 쿠폰 700개를 소화하기에는 턱없이 적은 5개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아직도 쿠폰을 사용하지 못했다.
상품이나 서비스 판매업체를 대신해 손님을 모아 주는 소셜커머스 기업들이 전국에 300여 개나 난립하면서 소비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소셜커머스 기업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많은 구매자를 모아주고 대신 판매업체에서 수수료를 받는 사업자다. 지난해 5월 쿠팡과 티켓몬스터가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이처럼 단기간에 기업이 폭증함에 따라 질 낮은 서비스도 판을 치고 있다.
컨설턴트인 이진선 씨(32)는 지난해 12월 B소셜커머스 기업을 통해 서울 시내 한 일식집에서 3만8500원짜리 메뉴를 1만7500원에 먹을 수 있는 쿠폰을 4장 구입했다. 며칠 후 그는 먼저 쿠폰을 사용한 사람들이 음식 질이 떨어진다는 불평을 내놓은 걸 알고 환불을 요청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씨는 "해당 일식집이 사전 공지도 없이 휴업에 들어간 뒤에야 환불받을 수 있었다"며 소셜커머스에 대한 불쾌한 경험담을 털어놨다.
대한상의가 지난 2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소셜커머스 이용자 4명 중 1명(26.1%)이 이용 과정에서 피해를 겪었다. 가장 많은 피해 사례는 `과다 판매로 인한 예약 불가와 수량 부족`(32.0%)이었다.
무분별하게 쿠폰을 발행해 정작 상점을 찾은 구매자가 물건이나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 사례가 가장 많았다는 얘기다. 또 `쿠폰 발신 누락 등 시스템 오류`(25.0%)와 `환불 또는 양도하기 어려움`(19.0%) 등도 제법 많았다.
소셜커머스 업체 법적 지위가 모호한 점도 소비자가 피해를 보상받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사실상 상품을 직접 판매하지만 법적으로는 단순하게 판매중개만을 하는 `통신판매중개자`다.
따라서 전자상거래법에 규정된 소비자 보호 조치를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지 규정이 모호하다.
김상순 서울종합법무법인 변호사는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소셜커머스에 대한 법적 성격을 먼저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소셜커머스에 대한 직권조사에 들어갔으며 이달 중 관련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매일경제 최순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