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몽의 트위터 이야기] 트위터의 수다쟁이

 살다 보면 어디에나 말이 많은 사람들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그들을 표현하는 말이 별로 많지 않다. 기껏해야 ‘수다쟁이’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서양에는 ‘말이 많다’는 뜻의 단어가 수도 없이 많다. 영어에는 수 십 개의 유사 단어가 존재한다. 이는 아마도 말을 잘하거나 때로는 많은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서양 문화의 영향이라고 보인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말이 많은 것을 부정적인 덕목으로 여겼다. 속담이나 격언에도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빈 수레가 요란한 법이다’ ‘말 많은 집 장맛도 쓰다’ ‘빈 깡통이 요란하다’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 등 말이 많은 것을 경계한 표현들이 수없이 많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수다스러운 것을 얼마나 싫어하는 지 단적으로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세상 여느 공간과 마찬가지로 트위터에서도 역시 수다스러운 사람들이 어김없이 존재한다. 어떤 사람은 하루 종일 수백 개의 트윗을 올리는가 하면 개인적으로 한 사람에게 할 말도 리트윗 형태로 모든 팔로에게 전달하곤 한다. 무슨 할 말이 그렇게도 많을까, 밤새도록 24시간 내내 트윗을 토해내는 사람들도 있다. 흔히 그런 행위를 ‘타임라인을 도배한다’고 표현하는데 트윗 세상에 그런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있다.

 말 많은 사람들을 싫어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속성이 트위터에서라고 다를 리 없다. 상대를 ‘언팔로’하는 가장 많은 이유 중 하나가 ‘수다스럽기 때문’이라고 할 정도다. 과거에 필자도 당한 경험이 있다. 필자는 트위터 이용 초기에 유머 사진 올리는 것을 즐겼는데 어떨 때는 하루에 열 개의 사진을 올렸던 적도 있다. 그런데 어떤 트친분이 자기 타임라인이 어지러워져서 싫다며 ‘언팔로’를 했다. 당할 때는 약간 황당하기도 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취향에 따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아니 이해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싶다.

 트위터 세상에는 재미있게도 정반대의 가치관이 존재한다. 바로 ‘트윗수’ 많은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모습이다. 오히려 팔로 수에 비해 트윗수가 너무 적은 사람은 트위터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 사람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그래서 누적 트윗수가 1만을 넘어간다든지 하는 상황에서 다른 이들에게 자랑을 하고 어떤 이들은 이를 부러워하고 또 축하하고 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이 광경을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수다스럽다고 축하하고 난 언제 그렇게 되냐며 부러워하고 하는 꼴이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말이 많다고 칭찬받는 곳은 트위터 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이처럼 ‘트윗수’가 치하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트윗수가 곧 열심히 소통을 한 증거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열심히 트위터 활동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정보와 의견을 나누었으니 트위터의 본질에 잘 부합했다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닌 셈이다.

 필자의 경우 트윗을 많이 올리는 스타일은 아니다. 9만1000여 명의 팔로가 있는 반면 트윗수는 2만7000개가 채 되지 않으니 트위터 세상의 기준에서 말을 좀 아낀, 별로 바람직하지 못한 트위터 생활을 했다고 해야겠다. 하여튼 한쪽에서는 수다스럽다고 ‘언팔로’를 하고, 한쪽에서는 말이 많았다고 칭찬을 하니 트위터 세상도 알면 알수록 희안한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