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의 저명한 주간 시사지 뉴스위크에 세계에서 가장 좋은 나라 (World`s Best Countries) 순위가 발표 됐다.
교육, 경제, 정치, 보건, 삶의 질 등 5개 분야에 걸쳐 종합순위를 매기는데, 놀랍게도 우리나라는 종합 15위에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1위는 북구의 핀란드며 일본 9위, 미국 11위, 영국 14위 그리고 프랑스가 우리 다음으로 16위이다. 놀랄 일이 아닐 수 없다. 요즈음의 젊은이들은 당연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어려운 시절을 보낸 우리 세대에게는 이런 나라와 같이 나란히 있다는 것은 꿈과 같다.
더구나 교육 분야 평가에서 1위 핀란드에 이어 2위를 한국이 차지하고 있으니 더욱 놀랄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내에서는 제일 뒤떨어져 있다고 비판을 받는 부분이 교육인데 외국의 시각에서는 그렇게 보지 않는 것이 또한 신기한 일이다. 아마도 국민의 교육열이 높은 점수를 받았을 것으로 본다.
우리 국민이 가지고 있는 교육에 대한 열정과 실제 우리 자녀들이 받는 교육의 질과는 많은 차이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초·중등 교육은 논외로 하더라도 대학의 교육에 대해서는 쉽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세계에 자랑스럽게 내 놓을 수 있는 대학이 우리나라에 없다는 것이다. 세계 100대 대학 중에 확실하게 자리 매김하고 있는 대학도 찾기 어렵다. 비싼 학비와 가정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자식들을 외국대학에 유학을 보내는 우리의 현실만 보아도 이를 증명하는 좋은 증거다.
수도권의 대학들이야 그런대로 세월이 가면 외국의 대학들과 경쟁을 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열악한 환경에 있는 지방대는 더 어려울 것이다.
인구수로 본다면 지방인구가 전국의 약 52% 정도에 지나지 않으나 대학생 수로 본다면 지방대 학생 수가 전체 대학생 수의 62%를 차지하고 있다. 지방대학들도 자생력을 가지기 위한 피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만 이러한 노력조차 수포로 돌아가게 하는 것은 수도권 대학들이 자행하고 있는 지방대학에 대한 횡포다.
수도권 대학들은 자체 내에서 좋은 교수를 양성하기보다 지방에 있는 우수한 교수들을 스카우트하는 데 보다 혈안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광주과학기술원을 예로 든다면 경쟁력 있는 교수를 키우기 위해 대학에서 막대한 재원과 연구지원을 한다. 경쟁력이 갖춰질 만하면 수도권의 대학들이 재빠르게 스카우트해가고는 한다.
지난 10여 년 동안에 19명의 교수가 지스트에서 수도권 대학으로 이직 했다. 심지어 어느 한해에는 5명의 교수가 옮기기도 했다. 더욱이 정부의 큰 연구 프로젝트가 있는 해에는 이러한 지방대학으로부터의 교수 스카우트의 열풍은 극에 달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스카우트하는 데만 열을 올리지 이적한 교수가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지원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물론 헌법으로 보장되어 있는 직업의 자유를 제한하자고 제안하는 것은 아니다. 외국의 스포츠 구단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좋은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대가를 치르라는 것이다.
수도권 대학들도 좋은 교수를 지방대학으로부터 스카우트하기 이전에 국가적으로 어느 것이 국익에 보탬이 되는 가를 심도 있게 생각해야 한다. 서로를 배려하고 상생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대학에 있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소양이 아닌가 한다.
선우중호 광주과학기술원 총장 president@g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