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PC방, 왕빠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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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너 명의 친구들이 칸막이 없는 좌석에 나란히 앉아 온라인 게임을 시작한다. 젊은 연인이 손을 잡고 찾아와 커튼 뒤 커플 좌석으로 안내를 받는다. 푹신한 소파에 앉아 컴퓨터로 영화를 보면서 채팅과 온라인 게임을 동시에 즐기는 사람도 있다.

 중국 상하이 시내에 있는 왕빠(인터넷 PC방)의 모습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집 다음으로 게임을 가장 많이 즐기는 공간이 왕빠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 속에 ‘박리다매’식 프랜차이즈 전략을 펼치던 왕빠도 회원제 서비스, 유료화 등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한국 게임의 숫자도 줄었고 그 자리를 중국 게임과 인터넷 서비스가 채우고 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규제=중국 정부의 규제 정책으로 인해 왕빠는 엄격한 관리 대상이다. 2009년 기준으로 전국에 16만8000개의 왕빠가 운영 중인데, 창업에는 중국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일반인이 왕빠에 출입하려면 신분증이 필요하다. 외국인도 예외 없이 여권을 보여줘야 한다. 전 구역이 금연공간이며 미성년자는 출입조차 할 수 없다. 중국 경찰이 한 달에 한 번씩 출입하는 이용자 현황을 관리한다.

 중국 왕빠는 초기부터 대형 프랜차이즈가 주류를 이뤘다. 특히 상하이 왕빠는 회원제를 기반으로 다양한 유료화 정책을 실시하는 게 특징이다. 상하이 왕빠의 기본 요금은 시간당 3~4위안(한화 약 500~700원) 수준이다.

 직접 찾아가본 왕빠는 중국 상하이 시내에만 42개의 지점을 둔 프랜차이즈 ‘W.Y.W.K’의 한 매장이었다. 좌석 수는 200개 규모로, 이 정도면 중간에 속한다는 게 매니저인 장위리양 씨의 설명이다.

 장씨는 “70%의 이용자들이 게임을 즐기고 30%는 채팅과 동영상 등을 하러 온다”며 “빠른 인터넷 속도 외에도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급 카페 메뉴를 제공 중”이라고 말했다. 카운터에서는 카페처럼 커피와 음료를 직접 만들어 팔았다.

 상하이 왕빠는 요금도 다양하다. 회원과 비회원의 요금은 두 배나 차이 났다. 좌석도 편의성마다 3, 4단계로 나뉘어 요금을 받는다. 칸막이가 없는 일반 좌석이 ‘기본’이라면, 소파가 제공되는 ‘VIP’ 좌석에는 추가 요금이 붙는다. 가장 비싼 커플석은 2인 소파를 갖췄으며, 커튼으로 공간이 나뉜다.

 ◇한국게임 사라지고 중국게임 자리 잡아= 왕빠를 둘러보면 달라진 중국 내 한국 게임의 위상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몇 년 전에 비해 한국 게임에 비해 중국 게임의 비율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 한국게임인 ‘크로스파이어’를 제외하고는 중국 게임 비중이 높았다. 전체 이용자들 중에 50%는 ‘몽환서유’나 ‘천룡팔부’ 등 중국산 게임을 즐겼다.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컴퓨터 모니터 한 화면에 3개씩 인터넷 창이 열어 놓고 멀티 태스킹을 즐겼다. 최근 중국 게임시장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으로 이용자들은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인터넷 서비스나 커뮤니티에 접속했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영상을 보면서 친구들과 채팅을 즐겼다. 온라인 게임도 캐릭터가 스스로 사냥을 하고 아이템을 습득하는 자동사냥 프로그램을 통해 함께 즐겼다. 실제로 대부분의 중국 온라인 게임이 이 같은 멀티 태스킹 선호를 최대한 배려해 작은 창 모드와 자동사냥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자본을 갖추고 막대한 노동력을 투입한 중국의 게임이 점차 이용자들의 입맛과 요구에 맞춰 변화 중이다.

상하이(중국)=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