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인수합병(M&A)은 글로벌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매우 유용한 전략이다. 해외시장을 진출하는데 신규설립(greenfield) 방식보다는 M&A방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그간 선진국 기업들은 신규 시장 창출이나 신기술 개발 등을 위해 국내외기업에 대한 M&A를 적극 추진했다. IBM, 시스코, HP 등은 M&A전략으로 규모를 키우고 경쟁력을 강화했다.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신흥국 기업들도 M&A를 통해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시도 중이다.
그러나 한국기업의 해외기업 M&A 참여 실적은 38위로 기업명성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기업이 국제화할 때 활용하는 전략 수단 중에서 한국기업이 가장 취약한 부분이 M&A다. 과거 우리 기업은 해외 기업 M&A에 있어 쓰라린 경험을 했다. 삼성전자의 AST 인수, 현대전자의 맥스터 인수 등이 그 예다.
이같은 실패사례를 보면 한국기업이 안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점이 있다. 첫째 해외기업 M&A에 대한 경험이 일천하고 해외 인수대상 기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따라서 시장가격에 비해 비싸게 매입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국내 법률회사나 회계법인의 전문성이나 규모는 선진국의 경쟁업체에 비해 열위에 놓여 있고 국제 M&A를 중재해 줄 수 있는 전문업체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셋째 인수후 현지경영에 대한 노하우 부족으로 원활한 통합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 넷째 인수후 현지경영자 육성 체계가 미흡해 핵심인력이 퇴사하고 실적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전통적으로 해외시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국가별 정보가 부족한 경우 현지기업을 M&A하여 진출하는 것이 신규로 자회사를 설립해 진출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다. 현지기업 M&A는 현지 유통망 및 고객에 대한 접근, 브랜드 획득, 현지지향 기술 등 현지국의 공개시장에서 얻기 어려운 자원의 획득이 가능하다. 기존 경영자를 활용하면 현지사업 환경을 다루는 경험을 획득할 수 있다. M&A는 시장진입시 필요한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게 한다. 특히 신속한 진입이 경쟁우위 창출에 중요한 요소라면 현지 기업 인수시 지불하는 프리미엄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또 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M&A를 통해 보완적인 기술을 획득할 수도 있다. 해외기업 M&A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생각을 가지고 성장의 발판으로 활용하는 기업은 발전하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도태 될 수 밖에 없다.
특히 IT서비스 산업과 통신서비스 산업의 경우 산업의 경쟁력 수준은 선진국과 대등하지만 글로벌화 실행면에서는 뒤처져 있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해외기업 M&A이다.
주의할 점이 있다면 첫째 과다한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기업을 인수한 기업들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정확히 계산해 적정 가격에 인수해야 한다. 둘째 M&A를 위해선 최소 2∼3년은 준비해야 한다. 충분한 사전조사와 준비기간이 M&A 성공요소다. 셋째 상이한 기업문화를 가진 피인수기업을 관리하는 인수후 통합경영(PMI)의 실력을 쌓아야한다. 해외시장 M&A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기업문화 차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수회사 및 피인수회사의 기업문화를 파악하고 평가해야 한다. 양 조직 간의 차이를 이해하고 문화적인 장벽이나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관리해야 한다.
이광철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kclee@hongi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