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는 구글·애플…한국은 안방서 싸움만

`띵동~` 직장인 A씨가 퇴근 길에 명동의 화장품 매장을 지나자 스마트폰에 `에센스 20% 할인` 쿠폰이 들어온다. 마트에서 장을 보며 쇠고기에 스마트폰을 가까이 대자 원산지 정보가 화면에 나타났다. 계산할 땐 스마트폰 결제 애플리케이션을 켜고 계산대를 스쳐 카드 결제를 마쳤다. 집에 오는 길 택시비도 스마트폰으로 낸다. 집에 돌아온 A씨는 도어록에 스마트폰을 대 문을 연다.

이처럼 스마트폰 하나가 신용카드, 열쇠, 쿠폰북 등의 역할을 하는 `10㎝의 혁명` 근거리무선통신(NFC) 시대가 열렸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부처 간, 업계 간 갈등으로 꽃피우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버라이존, T모바일, 씨티그룹 등이 힘을 모아 내년 NFC 서비스를 예정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구글과 애플이 NFC 내장 스마트폰을 내놓고 움직이고 있어 자칫하면 국내 시장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가 국내 NFC 관련 정책 주도권 경쟁을 하면서 사업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방통위가 NFC를 전략 사업으로 선정하고 최근 통신사, 카드사, 소프트웨어업체들을 모아 `그랜드 NFC 코리아 얼라이언스`를 창설한 데 이어 지경부는 영화관 NFC존 구축 지원사업을 단독으로 진행하는 등 부처 간 엇박자를 내고 있다. 여기에 금융위원회까지 나서 혼선을 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는 방통위 눈치, 제조사는 지경부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한다"면서 "부처들의 보여주기식 과잉 의욕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방통위와 지경부가 공동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5일 지경부는 하나SK카드, BC카드와 협의 없이 영화관 NFC존 구축사업에 이들 카드사가 참여한다고 자료를 냈다가 뒤늦게 수정해 성과주의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NFC 시장을 두고 주도권을 잡으려는 통신업계와 카드업계의 힘겨루기도 문제다. SK텔레콤, KT, 마스터카드 등이 참여한 모바일결제연합은 의견 조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조인트벤처 설립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주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국내 서비스가 지연되면 해외 진출이나 표준 선점 기회도 잃어 2년 후 3700억달러 규모로 커질 글로벌 NFC 시장을 고스란히 놓칠 수 있다"면서 "특히 구글 등 해외 사업자들이 국내에 진출해 결제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서비스 지연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용어설명>

NFC(Near Field Communication):비접촉식 근거리 무선통신 방식. 10㎝ 정도의 거리에서 낮은 전력으로 단말기 간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기존 무선통신 방식에 비해 보안이 우수하며 결제, 개인 인증, 주차 확인, 도어록 제어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매일경제 황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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