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암컷은 언제나 옳다

암컷은 언제나 옳다
암컷은 언제나 옳다

 사람보다 복잡하고 은밀한 새들의 사생활을 담고 있는 책이다. 20년가량을 남북 아메리카 새 연구에 몰두해온 조류학자 브리짓 스터치버리가 썼다. 저자의 별명은 자칭 ‘새 탐정(Bird Dectective)’ 책의 원제기도 하다.

 DNA 감식으로 친자 확인 검사가 가능해지기 전까지 오랫동안 새들은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는 종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많은 새들이, 그것도 상당히 높은 비율로 불륜을 저지른다고 저자는 전한다.

 일례로 참새목과 명금류의 새들은 전체 종의 86%가 빈번하게 외도를 저지르고, 명금류 중 아카디아딱새 수컷은 암컷의 외도는 물론이고 새끼들 중 절반가량이 남의 자식임을 알면서도 먹여 살린다. 또 두건솔새 수컷은 자신의 암컷이 마치 옆집 수컷과 간통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듯 행동하며 남의 자식을 키우기 위해 1000번 이상 먹이 조달 여행을 떠난다.

 저자는 짝짓기와 번식에 관해 암컷이 선택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수컷은 배우자의 공공연한 혼외정사를 속수무책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고 전한다. 수컷은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 아름다운 깃털로 치장하거나 아침마다 열렬한 춤 공연을 벌이거나, 호탕한 노랫소리로 자신의 매력을 과시할 뿐이다.

 부정하지 않은 새들도 물론 있다. 열대새에 속하는 회색개미새 부부는 1년 내내 함께 노래하고, 함께 식량을 구한다. 또 함께 알을 품고, 새끼를 먹인다. 떠돌이 알바트로스 역시 한번 짝짓기를 하면 평생 협력하고 서로에게 헌신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들의 백년해로가 ‘충실함’의 결과가 아닌 ‘기회 부족’의 결과일 뿐이며, 회색개미새의 경우 번식기가 길고 암컷들의 생식시기가 동일하지 않아 바람피우기가 쉽지 않고, 떠돌이 알바트로스는 육아 부담이 워낙 크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마케팅 의도가 느껴지는 자극적인 제목보다 원제가 더 어울리는 듯하지만 동물들의 행동과 생태에 관해 관심 있고, 특히 새들에 대해 궁금했던 이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브리짓 스터치버리 지음, 정해영 옮김, 이순 펴냄. 1만3800원.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