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암살자 출신 의사의 좌충우돌 생존기다. 내부고발로 조직을 배신한 후 의사로 숨어 지낸 주인공이 우연히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는 마피아를 환자로 받으면서 벌어지는 해프닝들이 담겨 있다.
환자로 온 마피아는 자신을 살리지 못하면 밀고를 하겠다고 협박한다. 그런데 생존 확률은 겨우 20%. 7년 동안 쌓아온 의사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도망칠 것인지, 아니면 맞서 싸울지를 선택해야 한다.
‘비트 더 리퍼(Beat the Reaper)’를 우리말로 풀면 ‘죽음의 사신을 물리쳐라’ 정도로 해석된다. 주인공이 놓인 상황을 함축한다.
흥미로운 설정만큼이나 책은 재기발랄한 글들로 채워져 있다. 문장은 또 단문으로 속도감 있게 읽힌다. 여기에 제약회사의 구시대적인 영업 방식, 빈번한 의료 사고, 약물에 의존하는 의사들에 대한 사례는 책읽기를 지루하지 않게 하고 더 읽고 싶게 만드는 자극이 된다.
저자는 직업적 소명과 병원 밖의 삶 사이에서 겪는 의사들의 혼란을 스릴러로 담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설명했다. 본인 스스로가 의사 출신이어서 그런지 생동감 있는 묘사가 눈에 띈다.
저자는 사실적인 병동의 모습들을 통해 의료업계의 맹점들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미국의 1인당 의료비는 다른 곳의 두 배나 더 소비하면서 결과는 세계 36위 밖이다’ ‘병원 내에서의 2차 감염이 미국 사망 원인 8위’ ‘의사가 희망을 말하는 건 좀 더 큰 보트가 갖고 싶다는 것’ ‘수술실은 성차별주의자, 인종차별주의자 혹은 투렛 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마지막 안식처 같은 곳’ 같은 표현들은 작품 속 화자의 입을 빌려 나온 저자의 전언이다.
우리나라에는 이제 소개됐지만 2009년 미국서 발간돼 미국의 주요 서점과 언론사의 베스트셀러로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엔 크라임페스트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내용과 전개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로 제작 중이다.
조시 베이젤 지음, 장용준 옮김, 황금가지 펴냄. 1만1500원.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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