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과학적 창의를 묻는 이들에게

[월요논단]과학적 창의를 묻는 이들에게

 문질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 kcmoon@kist.re.kr

 얼마 전 한 지인이 사석에서 고민이 있다며 진지하게 질문을 해왔다. 아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는데 학교 과학영재반에 들어가야 할지 말지가 고민이라는 것이다. 아이의 엄마는 아들을 영재로 키우기 위해, 아들은 친한 친구들과 떨어지지 않기 위해 영재반에 꼭 들어가겠다며 투지를 불태우고 있는데 정작 자신은 과연 아이를 위한 일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영재반에 들어가면 토요일마다 학교 수업을 들어야 하기에 아이의 일정 때문에 주말엔 아무데도 가지 못하게 될 거라며 한숨이었다.

 많은 학부모들이 비슷한 질문을 해올 때마다 답답한 마음이 든다. 과학자가 되고자 하는 아이가 과학영재반에 들어가는 건 참 좋은 일이다. 문제는 과학영재반에 가면 영재가 되리라 믿는 부모들의 생각이다. 요즘 과학영재반은 유명 대학의 입시를 위한 특별반이거나 학내 우열반의 다른 이름인 경우가 많다. 과학영재반을 뽑는 시험이 창의력 테스트나 과학에 대한 관심도가 아닌 논술과 영어라는 사실만으로 정체성은 모호해진다. 때문에 부모의 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유명대학을 위한 입시준비냐? 아이의 미래를 위해 창의적인 교육을 시킬 것이냐’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많은 학부모들이 아이의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선 어떤 교육을 해야 하는지 그 길을 묻는다. 그들에게 아이의 24시간 중 창의적인 사고로 독창적인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있는지를 되묻고 싶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을 돌다 집에 들어오면 저녁을 먹고 멍하니 TV를 보다 잠드는 우리의 아이들. 창의성을 키울만한 여건은 찾아볼 수 없다.

 아이슈타인은 ‘상상이 지식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보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관점으로 오래된 문제를 바라보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창의적인 사고와 과학은 아이들의 교육이나 생활환경과 동떨어져 존재하지 않는다. 기상-학교-학원-공부-잠이 전부인 아이들의 스케줄 속에 창의는 싹틀 수 없다. 언제나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고 공부하면 항상 남들과 비슷한 결과를 가질 수 있을 뿐이다.

 내 아이가 창의적인 사고로 21세기를 이끌어갈 경쟁력을 갖추기를 진심으로 원한다면 어제와 똑같은 환경에서 오늘을 보내게 해서는 안된다. ‘하루가 곧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했다. 틀에 꽉 짜인 어제와 같은 정형적인 오늘 속에서 창의는 결코 싹트지 않는다.

 창의를 위해서는 많은 경험을 하게 해 주는 것이 먼저다. ‘T’자형 인간을 만들어 주라는 것이다. T자처럼 깊게 파기 위해서는 자기와 다른 것을 보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 여행이나 스포츠, 다문화를 접하게 해줘야 한다. 또 케네디가에서 실행하였다는 토론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신문의 사설 등을 읽고 가족이 저녁시간에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토론을 통해 자기와 다른 차이를 받아들이되 의도적으로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습관과 용인하는 가치관을 심어줘야 한다. 끝으로 질문을 할 수 있는 교육이 창의성을 키우는 길이다. 창의는 OX가 아닌 다양한 방법과 자유로운 생각을 이끌어내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와 사회는 창의 교육의 인프라를 깔아줄 수는 있지만 창의성을 만드는 것은 가정의 몫이다. 당장의 성과에 집착해 아이의 가능성을 부모의 틀안에 가두지 말고 사랑과 기다림으로 아이들을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낼 든든한 재목으로 키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