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관련자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채용하기 정말 어렵다는 데 공감한다. 이공계 진학을 바라는 청소년들이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이공계를 나오더라도 관련 직종이 아닌 다른 영역에 지망하거나 다시 진학을 해서 방향을 바꾸는 분들도 많다. 수요와 공급 관점에서 이미 불균형이 이뤄진 상태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면 분명 균형을 이루기 위한 임금이나 보상의 상승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하지만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국산 소프트웨어 업계는 그리 밝지만은 않다. 어찌 보면 힘없는 자들의 푸념으로 들릴 수도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국산 소프트웨어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많이 흔들렸다. 좋은 소식보다는 어두운 소식이 많았다. 글로벌 경제위기는 대기업보다는 기술에 의존하는 중소기업들의 생존을 위협했다. 시장 역시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상황에 대해 불평하고 모든 원인을 외부로 돌린다면 문제의 해결은 요원할 터다. 오히려 내실을 다지고 외부를 자극해서 문제에 접근, 해결하려는 노력이 보다 현실적이다. 외부 환경이 당장 개선될 지에 대한 확신이 없는 이상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조금만 시각을 달리해 보면 지금처럼 정보통신기술 분야가 폭넓게 각광을 받았던, 아니 사람들의 생활에 밀접하게 연결됐던 시대도 존재하지 않았었다는 측면에서 충분한 가능성을 엿보게 된다. 예전의 벤처붐처럼 ‘묻지마 창업’과 투자로 시장을 흐려지는 시대도 아니고, 성공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검증 도구들도 마련돼 있다. 다만, 도전하고 성장하고픈 기업과 사람들이 부족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IT는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가 1위를 할 수 없는 곳이며, 애플 및 노키아와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다. 외산과 국산 솔루션 소프트웨어가 거의 모든 적용 분야에서 경쟁이 가능한 거의 유일한 시장이다. 승패를 떠나 이와 같은 소프트웨어 기술을 보유하고 활용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 기업과 기관의 자산과 콘텐츠를 담는 IT 인프라는 전부는 아니더라도 핵심영역만큼은 우리 기술과 능력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좀 과장하자면, 조선왕조실록을 두루마리 양피지에 펜으로 또 영어로 기록하고 관리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무조건 외산을 배격해선 안된다. 글로벌 트렌드를 선도하는 외산 소프트웨어들이 보유한 우수한 기술과 비즈니스 노하우들은 항상 오픈 마인드로 철저히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생존과 함께, 격한 경쟁을 하고 있다.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IT 시장에서 생존과 성장은 곧 동의어다. 빡빡한 경쟁 구도에서 살아남는 기업만이 향후 3~5년을 바라볼 수 있다. 외산 솔루션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 성능과 안정성, 경쟁력 있는 기술과 완성도만이 시장에서 살아남게 하는 유일한 요인이다.
우리 시장에 최적화된 기술과 기능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또 외산은 할 수 없지만 우리 시장에서 꼭 필요한 것들을 해낼 수 있어야 한다. 꾸준한 제품 개선과 출시, 그리고 기업 현장에서의 충실한 프로젝트 수행을 통해서만 이겨낼 수 있다. 이런 원칙은 국산 솔루션 소프트웨어가 해외로 진출하기 위한 거의 유일한 방편이기도 하다. 지역 시장에 최적화된 기술과 기능, 그리고 충실한 수행으로만 메이저 플레이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고 성장할 수 있는 비법이다.
한만용 사이버다임 본부장 winever@cyberdig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