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지난해 여름을 능가하는 폭염에 사람들은 지칠 대로 지쳤지만 그 어디서도 쉽사리 에어컨을 켜는 곳이 없다. 출퇴근길 지하철은 찜통이 된지 오래다. 한 달에 3~4만원 가량 나오던 전기요금은 20만원을 넘겼으며 그 여파로 먹을 것, 입을 것 할 것 없이 모든 생필품의 가격이 폭등했다.
국내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를 멈춰 세웠을 때를 가정한 가상 시나리오다. 현재 우리나라는 21기의 원자력발전소를 운영 중이며 설비용량 1772만㎾, 한해 발전량 약 1500억㎾h, 국내 전력생산의 34%를 담당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전기를 당장 3분의 1만큼 사용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원자력발전이 없을 때를 가정한 위 시나리오는 가히 위협적이다.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자원빈곤국가다. 반면 에너지 사용량은 그 어느 선진국 못지않게 많다. 국내 전력소비량은 2년째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한 달 동안 400㎾h가 소비되고 있다. 올해 1월 17일에는 7313만㎾의 최대 전력피크를 기록하는 등 일일 최대 전력사용량도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런 추세라면 전력소비는 매년 1.9%씩 증가할 전망이다. 산업부문에서도 에너지 소비가 많은 철강·자동차·반도체·IT 등이 주력 업종이다. 한 달 동안 사용되는 산업용 전력만 200억㎾h다. 경제·사회 두 가지 측면에서 한국은 1㎾h당 발전단가가 낮은 원자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최근 원자력발전에 대해 비판과 재검토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판단할 때 원자력발전의 배제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다. 만약 매달 120억㎾h의 전력 빈공간이 생긴다면 산업과 생활 둘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원자력발전 가동을 중지하면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을 위해 해마다 약 100억달러를 추가로 지출해야 하며 여기에 석유가격이 배럴당 1달러만 올라도 10억달러 정도의 추가 발전비가 든다.
안정성에 대해서도 보다 신뢰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영일 한국수력원자력 원자력정책처장은 “국내 원자력발전 설비는 수소폭발은 방지하는 수소제어기 등 다양한 보호장치가 존재해 안전은 물론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빠른 조치와 수습이 가능하다”며 사회적 불안과는 달리 안전한 시설이라고 강조한다. 실제 지난 30년간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고장 건수는 기당 0.3건에 불과하다.
올해 무역 1조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단순한 1차 산업 제품만 생산하던 국가가 첨단제품을 생산하는 글로벌 무역국가로 성장한 데 있어 원자력의 힘은 필수적이다. 정부는 2024년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량 비중을 각각 48%와 9%로 확대하고 석탄·LNG·석유 등 고탄소 발전원의 비중을 축소할 방침이다. 화석연료 고갈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원자력 발전을 신재생에너지 전환의 징검다리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원자력이 위험요인은 있지만 대규모 장치산업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입장에서 이를 포기하긴 어렵다”며 “화석연료가 고갈되고 신재생에너지가 아직 경제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원자력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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