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삼성SDS는 장애인 IT전문인력을 위한 표준사업장을 설립해 세간을 놀라게 했다. ‘장애인 IT전문인력’이라는 단어도 생소하거니와 IT대기업이 기부나 교육 프로그램이 아닌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통해 장애인에게 자립 기반을 제공한 사례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삼성SDS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은 장애인의 직무 접근성이 좋은 소프트웨어 테스트 등 IT 관련 직무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 정보통신(IT) 분야에서 장애인 고용 인력을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고용률은 다른 산업군에 비해 현저히 낮다. IT가 기술 발달 속도가 빠른데다 전문적인 자격증이 필요한 분야가 많아 장애인들이 참여가 힘들 수도 있다는 ‘편견’ 때문이다.
◇눈에 띄게 낮은 장애인 고용률···정보통신 분야는 더 열악=고용노동부가 발간한 ‘2010 장애인 통계’에 따르면 장애 인구의 경제활동 상태는 전체 인구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었다. 장애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은 38.5%, 고용률은 36.0%, 실업률은 6.6%로 나타난 반면에 전체인구의 경제활동 참가율과 고용률·실업률은 각각 61.9%, 60.0%, 3.2%로 나타났다. 장애 인구의 실업률은 전체 인구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IT 즉, 정보통신업종과 관련 있는 직종에서 장애인 고용 비율은 일반 제조업과 서비스업보다 낮았다. 광업(2.54%), 하수폐기물처리, 원료재생 및 환경복원업(2.84%), 운수업(3.06%)에 비해 출판·영상·방송통신 및 정보서비스업과 전문, 과학 및 기술서비스업은 각각 1.23%, 1.5%에 머물렀다. IT 분야 고용률은 다른 산업군에 비해 절반가량 낮은 셈이다.
실제로 전자신문이 조사한 게임기업(정보서비스업)들의 장애인 고용률은 엔씨소프트(1%), 엠게임(1%), 위메이드(1%), 넥슨과 네오위즈(1% 미만), CJ E&M 게임부문(1%)에 불과했다. 장애인 의무고용을 다하지 못한 100인 이상 사업주는 매년 노동부에 장애인고용부담금을 신고하고 납부해야 하는데, 이들 기업은 모두 고용 부담금을 내고 있었다.
◇장애인 고용이 어려운 이유는···‘편견’이 가장 두꺼운 장벽=전문가들은 장애인을 무능력하거나 돌봐줘야만 하는 불쌍한 존재로 여기는 마음의 벽이 가장 두꺼운 장벽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IT는 ‘첨단’ 기술이기 때문에 다루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이 크다. 하지만 오히려 이것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강한 육체적 노동만이 필요한 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거동이나 청각이 불편한 사람도 앉아서 인터넷을 통해 이전에 수행할 수 없었던 분야까지 진출할 수 있다.
현기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책임연구원은 “장애인 실업률이 최근들어 조금씩 감소되곤 있지만 근본적 한계로 인해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그 요인으로는 의무고용제를 통한 일자리 확충의 한계가 여전하고 의무고용 사업체 역시 장애인 고용이 부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장애인 고용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고 사업체 유형에 따른 장애인 고용 우수사례를 전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화 움직임 인다···교육 컨설팅 지원까지=최근 IT 기업에서도 조금씩 장애인 고용 움직임이 일고 있다. 삼성SDS뿐만 아니라 인터넷 포털 네이버를 운영하고 있는 NHN도 지난해 8월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인 ‘엔비전스’를 설립했다. 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도 받았다. 엔비전스는 임직원 80% 이상이 시각 장애인으로 구성돼 있다. 다양한 공연과 전시기획 사업을 펼치고 있다.
정부부처 등 공공기관에서도 마찬가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 저작권보호센터와 함께 장애인을 고용해 온라인 불법저작물 재택 모니터링 강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올해는 작년보다 두 배 가량 더 늘어난 85명 수준이다. 저작권보호센터 측은 “온라인 불법저작물 재택 모니터링 강화사업에 재택 근무가 가능한 장애인을 고용함으로써 장애인 고용 촉진은 물론이고 불법저작물 유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온라인상의 저작권 침해 행위에 대한 대응체계 구축 등의 1석 2조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밝혔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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