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피플]김강석 블루홀스튜디오 대표

김강석 블루홀스튜디오 대표이사
김강석 블루홀스튜디오 대표이사

 지난 1월 11일에 공개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테라’가 이달 20일 서비스 100일을 맞았다. 테라를 서비스하는 NHN(대표 김상헌)은 100일을 기념해 같은 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규모 콘텐츠 업데이트 계획을 밝혔다.

 테라의 개발사인 블루홀스튜디오의 김강석 대표는 “소통이 부족했다”고 인정하며 낮은 자세를 취했다. 테라는 최대 동시접속자 20만명을 넘나들며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고, 지금도 10만명을 넘는 동시접속자를 유지하고 있다. ‘리니지’ ‘아이온’의 명맥을 잇는 대형 MMORPG를 내놓은 개발사의 대표로서는 지나치게 겸손했다. 이유는 코앞으로 다가온 ‘재결제’ 때문이다. NHN은 지난 1월 25일 테라의 유료화를 실시했다. 당시 이용자들은 1개월보다 혜택이 더 많은 3개월을 주로 결제했고 테라는 이달 말, 다시 시험대에 오른다.

 “테라는 이용자들의 성원으로 시장에 잘 안착했지만, 개발사 차원의 발 빠른 대응과 친절한 설명이 부족했습니다. 개발사 나름대로 합리적인 로드맵이 있었지만 이용자들의 성장속도가 더 빨랐습니다. 모든 면에서 ‘스피드 업’돼야 합니다.”

 김 대표는 개발속도를 개선하고 전체적인 조직 구조도 개편했다. 그는 데이콤·오즈테크놀로지·네오위즈를 거치며 IT벤처회사에서 경험을 쌓은 사업기획 및 스튜디오 관리 전문가다. 게임 개발이 프로덕션 단계에서 라이브 단계로 넘어가면서 해외 진출이 늘어났고 다양한 요구상황에 맞는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해졌다고 판단했다. 빠른 의사결정이 중요해진 만큼 조직도 다양하게 분화시켰다.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기 위해 기술과 조직문화에서 더 많은 투자계획을 세웠다. 김 대표는 과거를 거울삼아 “더 철저하게 준비하고, 더 많이 시뮬레이션한다”고 강조했다.

 하나의 목표가 이뤄지면 회사는 새로운 비전을 요구하지만, 김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이제 첫 단추가 꿰어졌을 뿐”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온라인 게임은 지속가능한 서비스가 중요하고, 글로벌 시장을 생각하면 국내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블루홀스튜디오는 일찍부터 북미 시장에 게임을 직접 서비스하기 위해 준비해왔다. 블루홀스튜디오의 북미법인 엔매스 엔터테인먼트에는 블리자드·EA·아레나넷 등 베테랑 현지 전문가들이 모였다. E3·GDC 등 현지 게임행사에도 테라를 꾸준히 출품했고, 최근에는 아타리와 오프라인 유통 계약도 체결했다. 김 대표는 “북미 시장은 콘솔게임 중심이라 온라인게임에서 성공사례가 별로 없다”며 “위험이 큰 만큼 성과도 크게 돌아오는 매력적인 시장이기 때문에 반드시 북미 시장에 투자해야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테라의 해외 진출은 국내 이용자들에게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테라를 글로벌 버전으로 제작하면 여러 해외 국가에서 받은 피드백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더욱 풍성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회사 설립 후 4년 1개월 동안 가장 기억나는 순간으로 공개서비스를 시작한 지난 1월 11일을 꼽았다. “점심시간에 동접이 10만을 넘었을 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또 가장 괴로웠던 순간이 게임 내 오류로 인해 가장 이용자가 많은 시간에 임시점검으로 서버를 내려야했을 때죠. 이게 개발사의 본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발사 대표다운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었다는 고백이다. 하지만 이성적인 약속도 잊지 않았다.

 “저는 게임이 좋아서가 아니라 정확히 말하면 게임 비즈니스가 좋아서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게 제게는 시장과 이용자 입장에서 게임의 문제를 바라보게 했습니다. 내 의도대로 콘텐츠를 즐겨줄 거라는 무조건적 낙관보다 이용자들의 입장에서 계속 생각하겠습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kr

김강석 블루홀스튜디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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