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년 전인 1884년 4월 22일, 고종이 우리나라 최초의 통신업무 기관인 우정총국을 세웠을 때 우리 선조들은 한 세기 후 한국이 세계의 IT 중심국가가 되리라는 것을 상상이라도 했을까.
브로드밴드 보급률 세계 1위, 전자정부지수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휴대폰 시장 점유율 세계 2위 등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보여주는 지표는 너무나 많다. IT가 한국을 대표하는 ‘국가 브랜드’로 여겨지는 시대가 됐다.
무선통신 분야 후진국이었던 한국이 IT 강국으로 ‘퀀텀점프’한 것을 두고 전 세계에선 ‘IT신화’를 만들었다고 경탄한다. 그러나 저절로 만들어지는 신화는 없다. 전자교환기와 반도체 개발, CDMA 상용화,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 등으로 이어지는 신화의 주인공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IT 한국’의 뒷페이지는 정보통신 분야의 수많은 인재들의 피와 땀이 배어 있다. 온갖 시행 착오와 좌절을 이겨낸 이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성과다.
방송·통신·인터넷 분야를 이끄는 방송통신위원장으로서 “앞으로 30년, 아니 100년 후 우리의 후손들에게 ‘IT 한국’의 영광을 물려주기 위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을 놓쳐본 적이 없다.
정보통신 분야는 초단위의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곳이다. 결코 찬란한 과거가 미래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 불과 1~2년 전까지 세계를 호령하던 초일류 IT 기업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공룡처럼 한 순간에 쓰러질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선 것이 증명하듯 지금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가 ‘스마트 혁명’의 파고에 휩싸여 있다. 스마트 혁명은 우리가 맞고 있는 새로운 위기이자 기회다. 스마트 혁명을 주도하기 위한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애플과 국내 기업들이 ‘스마트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피말리는 싸움을 벌이고 있고, 전 세계의 정보통신 기업들이 합종연횡하고 있다.
차세대 이동통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술과 시스템 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IT 신화를 만들었던 정보통신인들이 ‘스마트 신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이미 시대적 소명이다. 정부 역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정보통신인들이 세계 시장을 이끌어 주기 바란다. 정부가 뒤를 받칠 것이다.
일례로 정부는 2015년까지 7조원을 투자해 초고속 모바일망을 조기에 구축하는 등 ‘기가(GIGA) 코리아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차세대 모바일에서도 세계 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마지막으로 IT 보안과 IT 윤리가 뒷받침되지 않은 기술의 발전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점을 당부하고 싶다. DDoS 사태, 현대캐피탈 해킹사건, 농협 전산망 마비 등 일련의 사태는 사이버 보안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한다. 정부도 이끌겠지만, 정보통신 기업들이 솔선해 더욱 안전한 망을 위한 투자와 기술개발에 나서야 한다.
국민들이 안심하고 최첨단의 스마트 혁명의 혜택을 누리도록 하는 것이 ‘스마트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넘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다.
대한민국의 정보통신이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대표 브랜드로 환하게 빛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부는 정보통신인들과 함께 스마트 선진국을 향해 힘차게 걸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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