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요즘 들어 한반도 문제에 매우 적극성을 띠고 있다. 중국은 그 동안 국제사회의 눈치 때문에 대북투자에 주춤했는데, 이젠 가속 페달을 밟으려 하고 있다.
류홍차이 북한 주재 중국대사가 최근 3개월간 두 차례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를 방문했는가 하면 나선특구와 청진을 방문해 주요 산업시설도 둘러보았다. 중국정부는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나선지역을 방문, 투자계약을 맺기도 했다. 여기에는 중국 최고 대기업들도 포함되어 있다. 북한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과 합영투자위원회 등 외자유치기관의 최고 책임자들이 중국 상무부와 지린성을 방문, 양국 간 경제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대대적 외자유치 홍보 동영상을 내놓는가 하면, 투자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법과 제도의 개정 작업도 마무리했다.
사실 북·중 경제협력 바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최근의 북·중 경제밀착은 신(新) 북·중 경협시대의 개막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양국간 협력 범위가 넓어지고, 속도 또한 빨라졌다. 중국은 동북3성 산업경제 부흥의 탈출구로 북한 나선을 보고 있다. 북한은 악순환에 빠진 경제난을 풀기 위해 기댈 곳이라고는 중국밖에 없는 처지다. 이러다 보니 북·중간 관계가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북·중 교역 규모는 35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 1분기에도 전년 동기보다 약 50% 정도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북·중 접경지역에서는 물자를 나르는 차량과 무역상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아이러니하게 제조업 천국으로 불리는 중국이 질 좋은 저임금 노동력을 노리고 북한에 속속 몰려들고 있다. 평양, 남포, 신의주, 나선 등 북한 곳곳에서 의류, 수산물, 식품가공, 전자조립 분야 등을 중심으로 임가공사업이 한창이다.
북한 유통시장의 중국 장악은 거의 절대적이다. 평양 상품유통의 거의 80%는 중국산이다. 북한의 백화점이나 상점마다 옷, 식품, 전자제품 등 온갖 중국 상품을 쉽게 볼 수 있다. 도로 등 SOC와 지하자원으로 북·중 관계를 들여다보면 북한 경제의 대중국 예속화 경향은 더욱 뚜렷하다. 북한 압록강 하구의 신의주 지역에서도 신압록강 대교 공사, 황금평 임가공 단지 조성 등 대규모 개발 사업이 한창이다. 지난 연말 50년 사용권을 획득한 나진항 4~6호 부두와 지린성 취안허~나진항까지 고속도로 및 철도 건설도 곧 착공될 예정이다. 중국은 인프라 건설을 지원하고 채굴권을 얻는 방식으로 7000조원에 달하는 북한 지하자원을 다 채가는 형국이다. 김정은이 곧 방중할 것이라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북·중경협의 쓰나미는 더 거세게 몰아닥칠 것이다. 자칫 20년 넘게 우리가 피땀 흘려 쌓아온 경협기반을 중국에 송두리째 빼앗길 수 있다.
통일이 되더라도 북쪽 지역은 중국에 다 내주고 반쪽짜리 통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막연하게 무시만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민족적 차원에서 경각심을 갖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신동북아시대의 상황변화를 맞아 우리 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과 남북경협 플랜이 중요하다. 북한과 중국의 ‘경제 밀월’을 그냥 보고만 있을 것인지, 우리 정부의 통 큰 결단이 요구된다. 호랑이 등에 탄 북한을 내리게 하는 방법은 남북경협의 동력을 찾는 것이다. 남북경협 복원을 통해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나올 수 있도록 선도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chobh21@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