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보통신대상 수상 공적에 ‘와이브로 활성화 종합대책 마련’이라는 것이 포함돼 있는 것을 보고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결국 글로벌 경쟁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부분이어서, 회한도 적지 않습니다.”
제56회 정보통신의 날 정보통신대상(한국통신학회 주관) 수상자로 선정된 이병기 서울대 교수는 수상 소감을 묻는 질문에, 엉뚱하게도 ‘걱정’부터 쏟아냈다. ICT 생태계가 잘 작동하기 어려운 정부 조직 구도가 우리 ICT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가 강하게 추진했으나 사실상 한 발 물러난 와이브로를, 이 교수는 대표적 사례로 마음에 담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 교수는 지금의 대한민국 정보통신은 성장의 과정일 뿐, 또 한 차례의 퀀텀 점프가 예고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우리 정보통신은 체신부에서 정보통신부로 업그레이드하면서 큰 발전을 이뤄냈고, 이번에 흩어졌지만, 다시 새로운 미래 정보통신의 조직적 틀을 조성해 급성장을 이뤄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통신학회가 매년 정보통신의 날을 기념해 수상하는 정보통신대상은 주로 이석채 회장(KT), 최지성 부회장(삼성전자) 등 산업발전에 기여한 CEO들에게 돌아갔다. 이 상이 올해는 다소 이례적으로 대학 교수에게 돌아간 것이다. 이 교수는 방통위 상임위원을 역임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정보통신 분야 학술 발전과 국위선양에도 크게 기여했다. 그 공이 정보통신대상 심사에 작용한 것이다.
이 교수는 “오랜기간 한국 정보통신 학술 발전에 공헌하기 위해 노력해 온 것이 사실”이라며 “우리나라 학술 인프라를 만든 공을 인정해 주는 것 같아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이 교수는 국내 정보통신 분야 최고 수준의 학술대회인 통신정보합동학술대회(JCCI)를 창립했고, 국제저널(JCN) 창간 및 SCI 등재, 아·태지역 국제학술대회인 APCC 창립 등을 통해 국내 정보통신을 국제 통신 무대에 연결하는 역할을 해 냈다.
이 교수는 또 아·태지역 최초로 세계 최고 학술단체인 IEEE ComSoc(컴삭) 회장으로 선출돼 한국 정보통신 위상 제고는 물론이고 세계 정보통신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