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국내법(위치정보보호법) 저촉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국내 아이폰 이용자의 정보를 수집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위치정보사업자는 서비스를 제공한 후 개인 위치정보를 즉시 파기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던 것이다. 애플은 정부의 확인 요청에도 아직 묵묵부답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25일 방송통신위원회는 긴급 브리핑을 열고 아이폰의 위치정보 저장이 위치정보보호법 등 프라이버시 관련 법에 위반되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애플코리아에 질의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질의서에는 △위치정보가 저장되는 주기 및 기간 △이용자가 위치정보가 저장되지 않도록 선택하거나 삭제할 수 있는지 등이 포함됐다.
또 △이용자의 위치 이력 정보를 스마트폰에 저장되도록 한 사유 △컴퓨터 백업 시 이 정보를 암호화하지 않고 저장한 이유 △스마트폰에 축적된 정보를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형태로 애플 서버에 수집하거나 이용하고 있는지 여부도 담겼다.
김광수 방통위 개인정보보호윤리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개인의 위치정보를 스마트폰에 저장하는 것은 사업자와 가입자 간 관계가 아니므로 위법 사항이 아니다"며 "그러나 민감한 개인정보가 해킹이나 분실에 의해 노출될 가능성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관련 내용을 질의했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이번 질의에서 애플코리아 측에 시한을 못 박지 않았다. 방통위는 "최대한 신속한 답변을 해달라고 했고 글로벌한 문제이므로 공식 답변에 대해서는 시간을 한정하는 것보다 공조를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애플코리아는 어떤 답변이나 성명도 내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9월 애플은 위치정보사업자 허가를 받은 신분이 아니었다. 그 당시 KT 이용약관에 명시해 보완하는 형태로 아이폰 등이 한국에 수입됐다.
하지만 그 이후 애플은 별도로 국내 위치정보보호법에 의해 위치정보사업자 허가를 받았다. 애플이 국내에서 허가받은 내용을 살펴보면 `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형태로 이용자의 위치정보를 수집한다`고 명시했다.
만일 애플 측이 이용자를 식별할 수 있는 형태로 수집해 활용했다면 두 가지 문제가 발생된다. 국내에서 허가받은 사항에 위배되는 행위이며 이용자의 동의 사항에도 적용된다. 이번 사항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위치정보보호법에 위반되는 것이다.
방통위는 애플 측의 답변이 오면 그 내용에 대한 추가적인 검토 거쳐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애플이 국내 위치정보보호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형사 고발과 함께 과징금 부과, 영업정지 등의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2009년 방통위는 아이폰 도입에 위치정보보호법이 걸림돌이 되자, 위치정보보호법을 현실에 맞게 적용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애플이 국내법인 위치정보보호법에 따라 위치정보사업자로 허가받지 않아도 애플과 계약한 KT가 아이폰 위치서비스를 자사의 서비스로 이용약관에 포함시킬 경우 아이폰의 국내 출시가 가능하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애플은 위치정보사업자 허가를 받았음에도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렇게 위치정보보호법이 사실상 무력화됨에 따라 이 법에 대한 효용성 논란도 계속될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위치정보보호법의 무용성이 이번에도 드러났다. 사업자 규제만 하고 위치정보서비스 활성화나 개인정보 보호에는 별 도움 못 주는 법으로 쓸모없는 법"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손재권 기자/황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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