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주식이냐? 상무장관이냐?”
에릭 슈밋 구글 회장(사진)에게 5조원이 걸린 고민이 생겼다. 그는 최근 구글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래리 페이지에게 물려준 뒤 회장직을 유지한 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와 함께 그는 미국의 신임 상무장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상무장관으로 임명되면 축하받을 일이지만 슈밋 회장에게는 그에 따른 남다른 고민이 있다. 슈밋이 상무장관직을 수행하려면 윤리규정에 따라 그가 보유하고 있는 구글 주식을 처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25일 CNN머니에 따르면 슈밋이 보유하고 있는 구글 주식은 900만주로 그 값어치는 약 47억달러(약 5조원)에 이른다. 미국에서 상무장관을 수행하면서 보유할 수 있는 주식 자산 한도는 1만5000달러이기 때문에 그가 상무장관에 임명되면 어쩔 수 없이 구글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현 규정에 따르면 취임 이후 90일 이내에 보유 주식 처분을 마무리지어야 하는데 평소 거래 규모가 큰 구글 주식의 특성상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연초(1월 18일) 주당 640달러까지 올랐다가 지난주 말 주당 525달러까지 떨어진 주가 수준이 그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고점 대비 17% 이상 하락한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 팔면 손해라는 계산이 설 수도 있다.
상무장관직을 유지하면서 구글 주식을 보유하면 법률상 문제뿐 아니라 도의적 문제도 발생한다. 구글의 사업을 직접 규제ㆍ감독하는 법무부나 미국연방통상위원회(FTC), 연방통신위원회(FCC)보다는 업무 연관성이 작지만 상무부도 구글의 영업과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상무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생활 권리장전`은 구글 사업과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사생활 권리장전`은 웹사이트가 개인정보 수집 이후 사용 목적에 대해 이용자들에게 자발적으로 고지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가 구글의 성장이나 영업에 방해가 될 정도로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슈밋이 상무장관직을 수행하기 위해 구글 주식을 처분한다면 꼭 손실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주식을 처분하면서 발생하는 자본 이득세를 면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공직 수행을 위해 보유 주식을 처분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주식 처분에 따른 자본 이득세를 면제하고 있다.
전 재무부 장관이었던 헨리 폴슨은 골드만삭스 CEO를 물러나 정부에 합류하면서 7억달러 규모 골드만삭스 주식을 매각했다. 당시 자본 이득세를 면제받아 수백만 달러의 이득을 봤다. 만약 슈밋이 구글 지분을 매각한다면 수천만 달러의 면세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일경제 박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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