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사람들은 인간처럼 생각하고 말할 수 있는 기계를 꿈꿔왔다. 실제로 그 성과는 놀라울 정도다. 이제 컴퓨터는 암산과 체스 게임에서 인간을 뛰어넘은 지 오래고, 기억력과 이해력에 비상한 능력을 갖춘 만물박사들이 출전하는 퀴즈쇼에서도 사람과 나란히 겨룰 실력을 갖추고 있다. 지난 2월 IBM 컴퓨터 왓슨이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고 역사 깊은 퀴즈쇼 ‘제퍼디’에서 챔피언들을 물리치는 일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왓슨, 인간의 사고를 시작하다’는 왓슨이 IBM 연구소에서 탄생한 날로부터 제퍼디 무대에서 승리를 거둔 날까지 그 궤적을 담은 책이다.
1997년 가리 카스파로프와의 체스 대결을 통해 슈퍼컴퓨터의 놀라운 능력을 보여준 바 있는 IBM은 새로운 세기를 맞아 새로운 대결로 ‘제퍼디’를 고른다. 오랜 전통의 이 퀴즈쇼는 질문 영역이 역사·문화·예술·대중문화·과학·스포츠·비즈니스를 망라한다. 질문 자체도 유머와 위트, 은유적인 표현까지 포함돼 있어 사람들조차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제퍼디에 출전하는 것은 이제까지의 슈퍼컴퓨터와는 다른,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 똑똑한 컴퓨터의 등장을 의미한다.
컴퓨터가 언어를 이해하면 모든 분야서 쓸모가 달라진다. 콜센터에서 세금 문의에 답하고, 비행 스케줄을 조정해주며, 고장난 노트북 증상을 설명하거나 소프트웨어 방법들을 이제 사람이 아닌 컴퓨터가 답할 수 있다. 또 로펌에서는 범죄, 소송, 상표권 등에 관한 판례를 빠짐없이 찾아 사건 해결을 도울 것이다.
그렇다면 똑똑해진 컴퓨터로 인해 우리 사람의 활동 영역은 좁아지게 되는 것 아닐까. 저자는 “똑똑한 컴퓨터은 오히려 노래하기, 수영하기, 사랑 등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무수한 일을 즐기도록 우리를 해방시킬 것”이라며 “사람들은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된다”고 강조한다.
스티븐 베이커 지음, 이창희 옮김, 세종서적 펴냄, 값 1만3500원.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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