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데스노트에 이름을 쓰면 살인죄일까

　악당을 물리치고 집으로 돌아온 스파이더맨. 뿌듯한 하루를 마치고 인터넷을 켜는 순간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스파이더맨에게 진실을 요구한다’는 안티카페가 개설돼 자신에게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었던 것이다.

　‘스파이더맨이 설치는 통에 교통이 마비됐고 그 때문에 중요한 계약을 놓쳤다’ ‘거미줄에 우리집 간판이 훼손돼 새로 달아야 한다’ 등 피해 사례들은 다양하고 빼곡했다.

　승소를 자신했는지, 변호사까지 수임료를 후불로 받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선 상황. 스파이더맨은 악당이 아닌 민사 소송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신간 ‘데스노트에 이름을 쓰면 살인죄일까’는 이처럼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 대중문화 속 화제의 장면들을 꺼내 헌법, 형법, 민법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책이다.

　딱딱하기만 한 기존의 법 관련 서적들과 달리 영화, 책, 드라마 등 대중문화를 예로 들어 스토리를 통해 형법, 민법, 헌법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이 책은 풀어주고 있다. 법에 대한 설명도 그렇지만 예로 든 사례들이 오히려 더 반짝이는 느낌이다.

　우연히 길에서 주운 공책을 전화부로 쓰려고 친구 이름을 적었는데 알고 보니 데스노트였다거나 공각기동대의 여주인공인 로봇이 저지른 일들에 대한 법률의 적용 여부 등이 그렇다.

　이야기를 이어가서, 스파이더맨은 어떻게 될까. 타인에게 피해를 줬지만 법률에 정의된 ‘정당방위’와 ‘긴급피난’으로 처벌을 면할 수 있다고 책은 전한다. 정당방위는 개인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행위에 대항하는 것이고 긴급피난은 사회 전체에 벌어지는 일에도 적용된다. 세상을 정복하거나 파괴하려는 악당으로부터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서 스파이더맨은 행동했기 때문에 형법22조(긴급피난)에 따라 벌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그럼 피해 보상은 누가 해야 할까. 받는 길은 없는 것일까. 이 책은 이런 질문들을 끊임없이 던지고 대답하며 법에 대한 이해를 도와준다.

　김지룡·정준욱·갈릴레오SNC 지음, 애플북스 펴냄, 값 1만4500원.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