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이디와 신용카드 정보도 해킹된 것 같습니다. 개인 정보가 일본에 있어서 어떻게 할 수도 없어 더 불안해요."
약 7700만명에 달하는 소니 게임 이용자의 이름, 생년월일, 이메일, 로그인, 신용카드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파악되면서 네이버, 다음 등의 국내 PSP 이용자 카페에는 불안감을 나타내는 글이 가득했다. 개인 정보가 일본에 저장돼 있는 줄 몰랐다거나 특히 신용카드 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였다.
애플, 구글,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 업체들이 클라우드 컴퓨팅에 기반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이용자 정보가 미국, 일본 등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서버가 외국에 위치하고 있어 해킹을 당하면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보 접근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국내에서도 대량의 데이터를 저장하는 `데이터센터(Datacenter)`의 경쟁력을 높여 `데이터 주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애플, 구글 등은 `이용자 정보`가 큰 경쟁력이란 판단으로 데이터센터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구글이나 애플이나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의 위치와 개수는 영업 비밀이다. 이들 기업의 데이터센터 위치가 구글어스에 표시되지 않을 정도다. 구글은 2008년 말 기준으로 미국 19개, 유럽 12개, 러시아ㆍ남미 1개, 아시아 3개 등 총 36개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구글의 데이터센터 설립 기준은 값싼 전기 대량 확보, 강 또는 호수 근접지, 다른 데이터센터와 가까운 곳, 세제 혜택 등이다.
애플은 미국 내에만 데이터센터 4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지난해 말 10억달러를 투자해 노스캐롤라이나주 메이든시에 4만6500㎡에 달하는 거대 데이터센터를 완공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센터는 특히 클라우드 기반으로 `아이튠스` 서비스를 확대하고, 아이폰 정보를 원격으로 조정 및 삭제 가능한 `모바일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애플이 수집한 것으로 알려진 전 세계 아이폰 이용자들의 위치정보를 포함한 각종 정보도 미국 데이터센터에 저장 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서정식 KT 클라우드 추진본부장은 "우리나라 법에서 금융데이터나 가입자 정보는 외국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통신사업자가 외국 서버로 정보를 가져가는 것은 불법"이라면서 "그러나 개인이 스스로 애플에 제공하는 정보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사각지대`"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한국에서도 `데이터센터`를 국가적 프로젝트로 인식해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가안보와 관련된 내용이나 산업 기밀과 관련된 내용마저 해외 서버로 유출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서정식 본부장은 "한국은 아시아 데이터 허브의 최적지가 될 수 있다"며 "한국이 데이터센터 경쟁력을 높이면 안보 측면이나 경제적 측면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주거나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정부 차원에서 `데이터센터 파크`를 조성하고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에 세제지원 및 50% 이상 정부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다. 이미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 다수 글로벌 업체가 싱가포르에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데이터센터 허브` 경쟁에서 한국과의 격차를 크게 벌리고 있다.
나연묵 단국대 교수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가 국가 경쟁력이 되고 있는데 한국은 관심이 부족하다"며 "범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매일경제 손재권 기자 / 황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