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후보지가 10개로 추려지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유치 경쟁이 달아올랐다. 과학벨트위원회 입지평가위원회가 후보지를 압축한 소식이 알려진 이후 지자체의 특별 기동반 운영과 공무원 상경, 서명 운동, 종교계 특별 기도회, 재경 언론인 간담회 등 유치 캠페인이 불붙었다. 반면, 후보지에서 세종시가 빠지자 충격에 휩싸인 충청권의 정당들은 청와대 항의방문과 성명 등을 통해 강력히 반발했다.
이 모두 유치전이 앞으로 얼마나 격렬할 것인지, 선정 이후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후유증을 최소화할 유일한 길은 정치적 흥정이 없는 결정이다. 그러나 이 가능성이 적다는 점을 우리는 우려한다.
정부와 청와대는 극구 부정하지만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의 보상책으로 과학벨트를 활용할 것이라는 설이 파다하다. 지난해 ‘최적합지’라고 밝혔던 세종시가 이번에 빠진 것이 이러한 의혹을 확인시켰다는 야당의 주장엔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정부와 청와대 말대로 이번엔 아닐지라도 지난해엔 정치가 개입했던 셈이다.
과학벨트위원회는 추린 10곳을 평가해 5월 초 5곳으로 압축하고, 이르면 5월 말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짧은 기간에 속도전처럼 이뤄질 평가여서 어느 곳을 선정해도 군말이 나오게 돼 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지난 29일 과학벨트위원들과 만나 “정치적 고려나 이해관계를 떠나 오로지 국가 과학기술 발전의 관점에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심의, 결정해 달라”고 당부했다. 우리는 과학벨트위원들이 정말 김 총리의 말처럼 하기를 기대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차피 겪을 후유증이 뜻밖에 오래갈 것이며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현 정권에도 큰 짐이 된다. 무엇보다 그 피해는 우리 과학기술계에 고스란히 전가된다. 회복할 길도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