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속도 못내는 제2기 방통위..종편 이후 업무 올스톱

 ‘속도’를 기치로 내건 2기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 한 달이 지났지만 제 속도를 못 내고 있다. 사실상 종합편성채널 이후 업무가 올스톱됐다는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2기 출범 이후 실국장급 인사가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망 중립성, 주파수 경매, 민영미디어랩 등 시급한 현안들이 쌓여만 가고, 쏟아져 나오는 각종 이슈에 대한 선제적 대응도 미흡하다는 평가다.

 ◇“인사만 하다가 밤샐라”=방통위는 올 들어서만 10여 차례에 걸쳐 소폭 인사를 실시했다. 2기 방통위 출범 이후에도 기획조정실장이 청와대로 자리를 옮기면서 빈 자리에 대한 인사가 이어졌고, 또 다시 이에 따른 후속인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최시중 위원장의 해외 출장을 앞두고 방통위 직원들 사이에 미리 인사결제를 하고 떠날 것인지가 관심사로 떠올랐을 정도다.

 책임자급의 잦은 인사와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후속 인사로 인해 업무 처리는 지연되고 있다. 인사에 시선이 집중되다 보니 실무진들도 주요한 보고를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가뜩이나 2기 출범 이후 새 상임위원들의 업무 적응이 필요한 상황에서 병목 요인이 하나 더 생겨난 셈이다.

 ◇“현안 서류 먼지 쌓인다”=자연스레 산적한 현안에 대한 대응속도도 떨어지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해부터 진행해온 망 중립성 정책 결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지난달 ‘망중립성(망 개방 및 관리방안) 연구회’를 가동할 계획이었으나 5월 중순으로 미뤄졌다. 아직 구체적인 구성안 등이 확정되지 않아 5월 중순 가동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망 중립성 정책이 최종 수립되기 위해서는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청문회 등 후속절차가 적지 않기 때문에 애초 올해 10월로 예정한 정책방안 및 법제화 계획도 내년으로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다.

 올 초부터 통신사업자의 첨예한 현안으로 부상한 주파수 경매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당초 1기 방통위 임기 말인 3월 정책 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으나 결국 2기로 넘어왔다.

 지난달 국회 업무보고에서 5월 중 정책결정 및 공고 계획을 밝혔으나 2.1㎓에 이어 1.8㎓, 700㎒ 대역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이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5월 중 주파수 경매 공고를 내야하지만 현재 진행상황으로 봤을 때는 6월에나 관련 위원회를 개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제대응력 현저히 떨어졌다”=통신·방송산업 특성상 수시로 터져 나오는 각종 이슈가 많지만 이에 대한 대응력도 떨어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2기 방통위 출범 이후 지상파 재송신 중단, 금융권 개인정보 유출, 해킹에 의한 시스템 가동 중단, 스마트폰 위치정보 불법 수집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상파 재송신 중단 문제는 사업자간 대립이 극에 달한 이후에야 방통위가 적극적인 사태 해결에 나섰고 개인정보 유출, 위치정보 논란에서도 사태가 확산된 이후 현장 조사와 개선조치가 발표됐다.

 그 사이 종편 사업자 승인, 통신요금 인하 등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신속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외에도 국회에 대기하고 있기는 하지만 민영미디어랩에 대한 방통위의 대응력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업 활성화 차원에서 시급히 이뤄져야 할 정책적 결정이 지연되면서 사업전략 수립에 어려움이 많다”며 “2기 방통위가 하루 빨리 업무 중심으로 가서 제 속도를 내길 바랄뿐”이라고 말했다.

 <이호준 정진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