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방송 결합상품으로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이하 케이블협회)와 지상파방송사의 거센 공격을 받아온 KT스카이라이프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KT스카이라이프가 2년만에 83만7000명의 가입자를 보유하는 등 급속하게 기존 방송시장의 점유율을 장악해 가면서 양쪽에서 공격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KT스카이라이프는 MBC의 고선명화질(HD) 방송 송출 중단 사태에서 벗어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SBS에서도 지난 27일 HD화질 방송을 중단하는 수모를 겪었다. 지난 28일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OTS 상품판매 행위에 대한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같은 날 케이블 협회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중앙전파관리소에 KT스카이라이프의 ‘올레TV스카이라이프(OTS)`의 셋톱박스가 전파법에서 규정한 IPTV 셋톱박스 적합성평가(형식승인)를 받지 않고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다며 제재 혹은 처벌을 촉구했다.
지난 4월 14일·20일 두 차례에 걸쳐 케이블TV 협회에서 유료 방송에 대한 덤핑 논란을 제기하면서 OTS에 전면전을 선포하는 성명문을 낸 바 있다.
OTS는 KT의 IPTV VOD와 스카이라이프의 위성방송 결합상품이다. 여기에 초고속 인터넷을 결합한 상품을 최종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방송의 전자파적합등록만 하고 IPTV에 요구되는 적합성평가(형식승인)를 받지 않았다.
케이블TV협회는 “OTS는 위성방송뿐만 아니라 IPTV 접속기자재이므로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파연구소의 형식 승인 기준에 따르면 위성방송 셋톱박스는 전자파적합등록 대상이고 IPTV 접속기자재(셋톱박스)는 형식승인 대상이다.
이에 대해 KT스카이라이프 측은 OTS에서 실시간 방송은 모두 위성방송 채널을 통해 제공되고, IPTV로는 방송 채널을 제공하지 않아서 형식승인을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KT 관계자는 “OTS를 통해 볼 수 있는 VOD는 채널이 아닌 콘텐츠라 형식승인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 된다”며 “위성방송 채널에 대해서 전자파적합등록을 마쳤고, VOD 서비스도 따로 형식승인을 받아야 하는지는 추가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논쟁은 지난 2009년 9월 KT가 초고속통신·위성방송·IPTV VOD 결합 상품 ‘쿡TV스카이라이프’를 출시하면서 촉발됐다. 서비스까지 결합한 상품에 3년 약정으로 가입하면 기존 케이블TV·IPTV·초고속통신망 이용료를 내는 것보다 저렴해 가입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KT그룹 결합상품의 위력이 나타난 것이다.
시장에서 처음 IPTV 상품을 내놓아 선점 효과를 누린데다 스카이라이프의 HD 위성방송이 결합돼 있다는 점 때문에 인기를 끌었다.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도 VOD와 방송을 결합한 유사 상품을 내놨지만 양사 모두 가입자가 10만명을 넘지 않고 있다. 방송사업 허가를 한 회사에 두 개 내준 꼴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