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은 신한은행의 미래를 좌우할 전략적 변곡점으로, 고객과 시장이 인정하는 가시적 성과를 창출해 사랑받는 1등 은행을 만들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겠다.”-서진원 신한은행장(지난달 초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올해 50주년을 맞아 기업은행이 100년 은행을 향해 힘차게 전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겠다.”-조준희 기업은행장(지난 2월 전국 영업점장회의)
은행들이 ‘고객 챙기기’에 고삐를 죄고 있다. 새롭게 수장을 맡은 은행장들이 의욕을 불태우고 있고, 이에 기존 은행장들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자세다.
은행들이 보는 시장은 ‘포화상태’ 그대로다. 과거와 똑같은 상품과 전략·서비스로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좀 더 큰 혜택과 배려가 없다면 고객은 움직이지 않는다. 이를 가장 잘 아는 것이 은행장이다. 그래서 이들 은행장들은 현장경영을 강조한다. 고객의 니즈와 관심을 알아야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서다.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지난달 조회사에서 “기업경영에 있어 모든 답은 현장에 있다. 고객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 바로 현장이며, 현장에서의 경쟁력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금융권에서는 다양한 아이디어 금융상품을 내놓고 있다. 국민은행은 고객이 응원하는 프로야구 구단을 미리 지정하고, 해당 구단의 포스트시즌 성적 등에 따라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KB국민프로야구예금’을 선보였다. 프로야구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 고조에 맞춰 상품으로 기획한 것. 상품은 특히 올해 정규시즌 동원관중수가 600만명을 넘어서면 모든 가입고객에게 연 0.l%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하나은행은 중국 위안화 상품에 대한 수요는 많으나 시중에 나와 있는 금융상품이 별로 없다는 점에 착안, 별도의 수수료 없이 원화를 입금하면 자동으로 위안화로 예금되는 위안화 환율 연동 정기예금 2종을 선보였다. 또 신한은행은 당행 계좌를 신한카드 결제 계좌로 지정하면 연 0.3%포인트, 급여와 공과금 등에 3개월 이상 이체 실적이 있을 때에도 추가로 0.3%포인트를 우대해주는 등 조건별로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생활의 지혜 적금’을 내놓았다. 우리은행은 ‘써니’ 등 우리나라 영화의 관객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우대금리를 주는 ‘시네마정기예금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찾기 힘든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들이다.
은행들의 마케팅 전략도 한층 고도화 추세다. 대표적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바이럴마케팅을 꼽을 수 있다. 스팸문자가 될 수 있다는 비판에도 불구, SNS를 활용한 성공 금융상품이 나오면서 시중은행 대부분이 적극 적용할 태세다. 국민은행이 지난해 10월 말 출시한 스마트폰 예·적금 상품은 트위터로 팔로어가 함께 상품에 가입 시 2인 모두에게 0.1%포인트 추가금리를 제공해, 하루 100건이 넘는 상품 관련 트윗이 올라오는 등 국내 대표적인 SNS를 통한 바이럴마케팅 성공사례라는 평가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SNS 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인터넷뱅킹사이트에서 판매하는 모든 금융상품에 이메일·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 기능을 추가했다. 고객들이 상품정보를 자신의 SNS에 남기거나 팔로어 등에게 추천하는 마케팅 기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 국민·신한은행 두 곳은 하반기 인터넷뱅킹사이트 개편 과정에서 SNS 접목에 나선다. 단순히 바이럴마케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SNS를 통해 고객이 마케팅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한다는 방향으로 전략을 짜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사이트 개편 과정에서 고객 이용률이 낮은 콘텐츠를 과감히 버리고 SNS 등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기능을 많이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의 경우 브랜드전략부에서 은행 차원의 SNS 활용방안을 수립 중이며, 이 결과를 바탕으로 상품 마케팅에 활용할 예정이다.
고객 맞춤형 점포도 눈에 띤다. 신규고객 확보와 함께 은행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다양한 맞춤형 점포가 등장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친근한 은행이라는 ‘생활속의 IBK’ 실현에 지점 전략을 맞추고 있다. 기업은행은 롯데마트 매장 내 점포를 개설해 직장인과 맞벌이 주부들이 퇴근 후 또는 주말에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영업시간을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로 변경해 운영하고 있다. 또 전국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기업은행 자동화기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휴를 맺어 추가 수수료 없이 현금인출·이체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올해 들어 대학 점포인 락스타를 지속적으로 세우고 있다. 대학생을 타깃으로 무료 세미나 룸과 미니 카페, 미디어 사용공간 등으로 구성된 ‘펀앤드커뮤니티존’을 두었다. 또 스마트폰 사용자를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간단한 상담과 상품 내용 및 금융 관련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젊은층을 겨냥해 창구 직원이 20~30대 초반의 젊은 직원들로 배치했으며 지점장 격인 매니저도 30대 후반의 해당 학교 출신으로 선임한 것이 특징이다. 하나은행은 대형마트 내 365일 연중무휴로 운영하는 은행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이 지점들은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오전 11시~오후 8시까지 영업을 하고, 신규 계좌 개설이나 예금 상품 가입도 가능하다. 명동 한복판에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는 송금, 환전 등 단순은행업무만 하면서 친환경 휴식공간으로 꾸며 홍보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밖에 한국씨티은행은 최근 스마트뱅킹 시스템이 설치된 영업점 3곳을 개점한데 이어 연내 15개의 스마트뱅킹 지점을 추가 신설할 계획이다. 스마트뱅킹 영업점은 출입구에 ‘미디어월’이라는 대형 LCD 패널을 배치해 뉴스·날씨·환율·금융시장 등의 정보를 전달하며, 영업점 내부의 ‘인터랙티브 미디어월’에서는 고객이 화면을 터치해 상세한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하반기엔 스마트뱅킹 시스템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결합한 무인 부스도 도입할 예정이다.
◇은행권, 고객 정보 보호 더 강화
‘고객 정보 해킹사고, 우리 은행에는 없다!’
은행들이 최근 잇따른 금융권 해킹사고로 바싹 긴장하고 있다. 해킹사고는 은행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는 은행간 경쟁심화 구도에서 고객 이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들 은행들은 대외적으로 ‘우리 보안은 철저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혹시나 하는 우려에 시스템 점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은행 IT본부의 분위기는 매우 어수선하다. 내부 고위 임원들의 지대한 관심과 함께 금융감독당국의 IT감독 강화 방침으로 보안 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은행 내부 IT보안 투자에 대한 필요성 인식 확산과 함께 관련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수월해진 것이다.
국민은행은 대대적인 내부 점검과 함께 현대캐피탈과 농협 사태와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내부 IT인력 및 보안회사를 통해 확인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IT보안인력 이외에도 IT시스템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을 동원해 시스템에 대한 스크린을 펼쳤다”면서 “내부 통제라든지 추가로 보강할 수 있는 것은 조치를 단계적으로 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최근 일련의 사태 후 ‘IT인력 효율화 방안’ ‘IT인력 독립성 확보’ 그리고 ‘IT그룹 사기진작 방안’ 등을 주문했다.
하나은행도 내부 통제를 크게 강화했다. 모든 주요서버에는 아이디(ID)와 비밀번호뿐만 아니라 일회용 비밀번호(OTP) 발생기 인증도 거쳐야만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해킹으로 알아내도 OTP 기기가 없다면 서버 접속 자체가 불가능하게 막은 것.
기업은행도 외부기관을 통해 2개월 동안 진행한 보안점검을 적극 반영한 대응책을 마련중에 있다. 소지섭 기업은행 IT총괄부장은 “이번 사태들이 주는 시사점이 많다”면서 “이번 점검 결과를 반영해서 약한 부분을 강화하는 등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높아진 보안의식에 은행들 중심으로 정보보호책임자(CSO) 선임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 2009년 금융감독당국 권고에도 불구하고 단독 CSO를 지정하지 않던 대부분의 은행들이, 금융권 보안사고가 이어지자 공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보안을 위한 보안 발생’ ‘보안 강화에 따른 업무 효율 저하’ 등을 이유로 내세우며 CSO 지정에는 다소 부정적이었다.
한 시중은행 IT부문 관계자는 “실무와 개발 그리고 시스템 관리 조직간 역할 측면에서 애매한 부분이 있다. 일부 충돌이 발생한다”면서 “보안을 강화하면 할수록 이런 모습이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이를 조율할 수 있는 임원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IT본부 관계자도 “보안이란 창과 방패간의 싸움이다”며 “보안을 끊임없이 강화하기 위해서는 조직적인 차원에서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이성헌 의원(한나라당)은 금융기관이 전자금융 및 IT부문 총괄 CSO를 지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추진 중에 있다. 의원실 측은 “2009년 국정감사에서 금융사의 정보보안이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했으나 2010년에도 예산과 인력이 약간 늘어나는데 그쳤다”면서 “금감원에서 강제할 수 없어서 법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인력과 예산을 관리하는 CSO를 정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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