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스마트폰) 사용자가 음성·데이터 통화량을 선택적으로 조정하는 모듈형 요금제와 통신사가 아닌 제조사 대리점에서 직접 단말기를 구입하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제도가 도입된다. 이와 함께 정부가 가입비 인하도 추진하고 있지만 통신사업자 매출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데다 일률적으로 인하 폭을 결정하게 되면 후발 사업자의 타격이 우려돼 현실화하는 데 진통이 예상된다.
5일 방송통신위원회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방송통신위원회,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등으로 구성된 통신요금 태스크포스(TF)가 최근 1차 활동을 마무리하고 통신사업자 상대로 의견 수렴에 착수했다.
TF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TF회의는 사실상 끝났다. 도출된 안을 토대로 사업자와 협의하는 과정만 남았다”고 전했다. 최근 방통위가 이통 3사에 요금인하 계획안 제출을 주문했다.
TF에서 도출된 내용에는 앞서 지난 국회에서 지적된 요금제 개선 방안이 대부분 포함됐다.
사용자가 정해진 요금제 범위에서 사용형태에 따라 스마트폰 음성과 데이터 통화량을 조정할 수 있는 모듈형 요금제, 쓰고 남은 통화량을 다음 달에 나눠 쓸 수 있는 이월제도, 청소년·노인·저소득층을 위한 계층·연령별 요금제 강화 등 스마트폰 요금제 개선 방안은 변수가 없는 한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시장 유통 구조를 송두리째 바꿔놓을 블랙리스트 제도도 일부 통신사업자 반발이 심하겠지만 정부의 도입 의지가 강력해 관철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문제는 가입비와 기본요금 인하 여부다. 본지 확인 결과 TF는 불투명한 가입비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통신업계는 정부 방침이 확고한 만큼 요금제 개선에 동참할 계획이지만 인위적 인하에는 반대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이석채 KT 회장은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통신비 인하를 강요할 게 아니라 통신산업이 데이터 시대에 맞게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안승윤 SK텔레콤 경영기획실장도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매년 통신요금 인하 논란이 반복되는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성기섭 LG유플러스 전무(CFO)는 지난 3일 “이동통신망이 잘 운영되고 고도화돼야 하는데 인위적인 요금 인하가 추진된다면 장기적으로 인프라가 훼손되고 투자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정부는 이 같은 업계의 반발을 의식해 문화·오락·금융 서비스 기능을 더해 통신비 개념을 새롭게 정립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통신비를 문화비 항목으로 전환하는 것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로써 부풀려진 통신비 상승 체감도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한편 방통위는 5일 통신요금 정책을 총괄하는 통신정책국장 자리에 황철증 네트워크정책국장을 전보 발령했다. 국장 인사로 정책 결정 지연이 우려되지만 최시중 위원장이 지난달 국회에서 5월 중 TF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보고한 만큼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새로운 요금정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호준·정진욱기자
모듈형 요금제 · 블랙리스트제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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