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인텔이 연내 3차원(D) 반도체 칩 생산이 나선다.
5일 파이낸셜타임스는 인텔이 세계 최초로 3D 트랜지스터 설계를 바탕으로 한 22나노 공정을 적용한 ‘아이비 브리지’를 올해 양산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인텔은 전날 아이비 브리지에 활용될 3D 트라이 게이트 트랜지스터를 미리 공개했다. 3D 트랜지스터는 누설 전류를 최소화해 저전압에서 작동 가능하다. 인텔에 따르면 22나노 3D 트라이게이트 트랜지스터는 32나노 평면형 트랜지스터에 비해 저전압에서 37% 향상된 성능을 제공한다. 소형 휴대장치 사용에 이상적이란 설명이다.
인텔은 이 3D 기술을 개발하는데 5년 가량이 걸렸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적은 전력으로 훨씬 탁월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그간 반도체 트랜지스터는 평면 구조라 종이위에 프린트하듯 생산됐었다.
인텔 관계자는 “50년 전 실리콘 트랜지스터가 나온 이후 처음으로 3D를 이용한 트랜지스터를 양산할 예정”이라며 “이는 수십 년간 사용됐던 2D 평면형 트랜지스터 구조로부터 근본적인 도약이다”라고 말했다.
IT 시장조사기관인 마켓워치는 인텔이 22나노미터 3D 트라이게이트 트랜지스터로 휴대전화 등 소형 휴대기기 반도체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입할 것으로 분석했다.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에 해당되는 크기로, 반도체에서 나노 단위는 각종 회로를 웨이퍼 원판에 그려 넣는 선폭의 크기다. 이것이 커질수록 반도체 칩의 밀도가 높아진다는 의미다.
‘무어의 법칙’으로 유명한 고든 무어 인텔 공동 창업자는 성명을 통해 “최근 수년간 트랜지스터 집적의 한계를 절감해왔는데, 트랜지스터의 근본적인 구조 변화는 가히 혁명적인 접근”이라고 밝혔다. 폴 오텔리니 인텔 최고경영자(CEO)도 “3D 반도체는 무어의 법칙을 새로운 경지로 진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무어의 법칙은 칩의 집적도가 18개월마다 배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한편, 인텔이 3D 반도체 칩세트 생산 계획을 밝히면서 업계 파장도 상당하다. 인텔에 생산설비를 공급하는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기업인 ‘어플라이드머터리얼즈’는 이날 인텔의 3D 반도체 생산에 걸맞은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49억달러를 들여 ‘베리안 세미콘덕터 이큅먼트’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전문가들은 인텔이 개발한 트랜지스터를 사용해 휴대폰용 CPU(중앙처리장치)를 출시하면 이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영국의 ARM을 일거에 제칠 것으로 예상했다. 인텔의 개발 소식이 알려지자 4일 마감한 영국 증시에서 ARM의 주가는 7% 폭락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