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미국 반도체 업체들이 최근 잇따라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을 발표했다. 일본 엘피다는 25나노 공정 기술을 개발한 메모리 반도체를, 미국 인텔은 3차원 트랜지스터 설계 방식을 적용한 차세대 반도체를 개발, 각각 오는 7월과 연내 양산하겠다고 선언했다. 언뜻 반도체 공정과 양산 기술만큼은 최고를 자부하는 우리나라를 당장 위협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론 그렇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엘피다가 공언대로 양산에 돌입한다면 1년 이상인 우리나라와의 기술 격차를 확 줄이는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권오현 삼성전자 사장의 설명대로 실제 양산은 미지수다. 성공해도 20나노 제품을 개발, 양산 시기를 저울질하는 삼성과의 격차는 여전하다. 인텔의 3D 반도체는 고집적, 저전력화가 가능한 획기적인 새 설계 방식이다. 예정대로 양산한다면 상당한 파급을 불러일으킨다. 그렇지만 PC나 서버용이라면 모를까 발열량과 칩 크기를 줄이는 게 핵심인 모바일용으론 기술 난제가 많다. 인텔의 경쟁자인 ARM의 코어를 빌려 세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에 미칠 악영향도 당장 없다.
우리는 엘피다와 인텔의 기술보다 삼성전자에 대한 외부 견제가 본격화했다는 사실을 주목한다. 핵심엔 삼성전자와 스마트폰기술을 놓고 소송까지 벌이는 애플이 있다. 막대한 부품 구매력과 600억달러를 웃도는 현금까지 보유한 애플이 맘먹고 삼성전자를 다뤄보겠다면 아무리 삼성전자라도 버티기 힘들다. 애플이 엘피다나 인텔의 팹에 투자하지 말란 법이 없다. 엘피다와 인텔의 발표에 지나치게 위기감을 느낄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긴장해야 하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애플과의 부품 공급 협상이 앞으로 힘들어진다. 확실한 협상 카드가 필요하다.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혁신 기술이야말로 최후의 카드다. 삼성 수뇌부는 이참에 스스로의 경쟁력을 제대로 확인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