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이동통신재판매(MVNO) 사업자에게서 휴대폰을 가입한 소비자는 해외에서 로밍 서비스를 받기 어렵게 됐다. KT가 해외 통신사업자와 맺은 계약관계가 원인이지만 MVNO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8일 본지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KT는 지난달 MVNO사업자에게 로밍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최근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KT는 문건에 해외 로밍 사업자와 계약 파기 위험 때문에 MVNO사업자에게 로밍을 제공하기 어려워 KT의 MVNO 사업자는 자체적으로 대안을 준비하라는 내용을 적시했다.
사실상 KT가 KT MVNO 가입자에게는 해외 로밍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KT가 이 같이 결정한 이유는 해외 통신사업자와의 계약관계 때문으로 알려졌다. 즉 로밍계약을 맺은 주체는 해외 통신사와 KT로 KT의 MVNO는 로밍 계약을 맺은 당사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가령 미국 통신 사업자와 로밍계약을 체결한 KT가입자는 미국에서 로밍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KT의 MVNO는 로밍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KT가 이들이 로밍서비스를 사용하게 방기한 점은 책임회피라는 뜻이다.
실제 해외 로밍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현지 통신사업자와 직접 계약을 체결한 뒤 발생하는 통화료를 현지 사업자와 본국사업자가 나눠가져야 한다.
KT는 문건에서 “(해당 통신사가) MVNO사업자에게 계약 없이 로밍을 제공하는 경우 로밍계약 전체를 파기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했다. 사실상 KT고객 전체가 미국에서 로밍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위험이 적지 않아 회원 수가 적은 KT MVNO가입자의 로밍서비스를 제한하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MVNO사업자는 KT의 결정이 현실화되면 가입자 유치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MVNO업체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자금력과 마케팅력이 부족한 MVNO 사업자가 해외 거대 통신사업자와 직접 로밍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최근 해외 관광객이 폭증하는 상황에서 MVNO 가입자가 로밍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사실상 가입자 유치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했다.
또 다른 MVNO 업체 관계자는 “1년에 로밍 서비스를 단 한 번만 이용한다 해도 기간사업자(MNO)와 MVNO 가입자가 동일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MVNO 활성화에 상당한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로밍과 관련해 MVNO사업자와 직접 논의한 사례는 없으며 방통위가 별도로 대책을 마련중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