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파이어 잉곳, 규모의 경쟁으로 전환`…원소재 수직계열화도

 국내 사파이어 잉곳 시장이 자본력을 앞세운 ‘규모의 경쟁 체제’로 전환되고 있다. 일부 대기업들은 잉곳에서 사파이어 웨이퍼에 이르는 LED 원소재 사업을 수직계열화하는 모습도 뚜렷히 감지된다.

 지난 6일 동국제강의 아즈텍 인수가 단적인 예다. 양사는 이미 지난해부터 협상을 벌였으나 당시에는 서로 엇갈린 이해관계 탓에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잉곳 시장이 자금력과 합종연횡을 통한 양산 경쟁력 싸움으로 치달으면서 두 회사를 다시 협상 테이블로 불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더 이상 늦춰서는 잉곳 시장에서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셈이다.

 한 업계 소식통은 “아즈텍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최근 삼성LED가 일본 스미모토화학과 합작사를 설립하는 등 경쟁사들의 움직임이 이번 협상에 큰 자극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사파이어 잉곳 시장은 최근 대기업들의 격전지로 바뀌기 시작했다. 지난해 초만해도 국내 사파이어 잉곳 생산 업체는 사파이어테크놀로지 한 곳 뿐이었지만 이후 삼성·한솔·OCI·일진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진출했다. 이들 대기업군은 외국 기업과의 합작사 설립이나 대규모 투자를 통해 양산 경쟁력을 대폭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다. 앞으로 전문 중소 기업들은 살아 남기 힘든 구도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특히 삼성LED와 한솔테크닉스 등은 잉곳에서 사파이어 웨이퍼에 이르는 LED 원소재 사업을 수직계열화하는 등 한층 공격적인 모습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독자적으로 잉곳 시장에 뛰어들기보다 기술개발 회사를 인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며 “인수합병 사례가 더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호전기·KCC 등 잉곳 사업을 타진 중인 다른 대기업들이 가세할 경우 시장 경쟁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대기업들이 사파이어 잉곳 시장을 입질하는 것은 견고한 성장성 때문이다. 사파이어 잉곳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LED 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가격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각종 시장조사 업체들은 LED용 사파이어 잉곳 시장 규모가 올해 5억8900만달러에서 오는 2014년이면 배가 넘는 12억48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