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체 에너지원 중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07년 2.4%였던 것이 2013년엔 3.8%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2030년까지 11%까지 확대하기로 한 계획도 내놨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강한 만큼 일각에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 여러모로 좋은 점이 많지만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은 날씨나 바람 등에 따라 발전량이 많기도 하고 적기도 하다. 원자력이나 화력발전과는 달리 계획 발전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안정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을 악성 전원이라고 한다. 이런 악성 전원은 전력수요에 따라 공급을 실시간으로 조절해야 하는 담당 기관 입장에선 결코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그 비중이 해마다 높아진다고 하니 말로 표현은 못하고, 참으로 갑갑한 노릇이다.
전력계통 분야에서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는 신재생에너지가 다른 에너지원과 같은 대접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그리드만 제대로 구현되면 신재생에너지는 더 이상 천덕꾸러기 신세가 아니다. 스마트그리드는 전력망에 IT인프라를 접목해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으로 실시간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지능형 전력이다. 소비자는 전기요금이 쌀 때 사용할 수 있고 생산자는 전력공급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일 년에 두 번 정도 있는 피크를 대비하기 위해 수조원의 투자가 필요한 발전소를 짓기 보다는 스마트그리드 구현을 통해 전력수요와 공급을 조절하게 되면 불필요한 발전소 건설비용을 줄일 수 있다.
스마트그리드는 없어서는 안 되지만 천덕꾸러기 신세인 신재생에너지를 품어 화려한 분산전원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 스마트그리드는 2030년까지 연평균 5만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2억3000만톤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또 47조원의 에너지 수입을 줄일 수 있고 49조원의 수출, 74조원의 내수 창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스마트그리드 사업은 초반에 너무 큰 기대를 받은 탓에 구체적인 공감대 없이 ‘묻지마’식 투자가 이뤄진 면도 없지 않다. 많은 기업이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사업에 참여했지만 현실성과 수익성이 부족해 다수의 기업이 발을 빼기도 했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공략하기 위해 진용을 새로 꾸리기도 했다.
최근엔 업계가 그토록 원하던 스마트그리드 촉진법(지능형전력망 구축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도 국회를 통과했다.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제도상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 사업자 측면에선 적극적인 투자가 가능해졌고 다른 산업과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스마트그리드는 기존 전력망과 IT인프라의 결합이지만 파급효과는 신재생에너지·스마트미터·송배전시스템·수요반응시스템·건물·에너지저장시스템·전기자동차 및 인프라 등으로 확산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 아직은 다양한 비즈니스모델이 나오지 않았지만 스마트그리드는 어떻게든 ‘가야만 하는’ 사업임이 분명하다.
주문정·그린데일리 부국장 mj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