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실패하는 R&D, 성공하는 R&D

[ET단상]실패하는 R&D, 성공하는 R&D

 한국산업기술대학교 박철우 교수 starpcw@paran.com

 얼마 전 ‘R&D 성공률 98% 패러독스’ 문제를 제기하며 지식경제부에서 R&D프로세스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지금까지의 R&D는 성공할만한 R&D만을 추진하게 만들어 성공률이 98%에 이르는 등 R&D 혁신효과가 반감된다는 시각에서 이를 개선한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필자도 본 정책방안 도출에 참여하며 수개월동안 방안마련에 고심했다. 발표된 세부 방안은 도전적 R&D, 동반성장을 위한 R&D, 신뢰받는 R&D 등의 목표가 담겨있다. 이 세 가지 목표를 선정하면서 난상토론을 나눴던 뒷이야기를 나누고 여전히 담지 못한 방안들을 전하고자 한다.

 먼저, ‘도전적 R&D’의 핵심은 혁신과 창의성을 자극하고 촉진할 수 있는 국가 R&D로의 전환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세계 유일한 산업기술 또는 신시장 창출 및 선도제품개발을 지향한자는 취지다. 이러한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조성되어야만 가능하다는 논의가 있었다. 그래서 수행기관 스스로 기술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자발적 중단’을 인정하는 제도를 마련하게 되었다. 또, 어느 정도 성공 가능한 목표만을 설정하기보다 우리 스스로 목표를 높여 자발적 도전이 필요한 때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도전적 R&D`라는 목표를 설정하게 된 것이다.

 두 번째 목표인 ‘동반성장을 위한 R&D’는 고용창출의 핵심인 중소기업 성장에 그 목적이 있다. 지식경제부 대형 R&D에 중소기업의 참여를 의무화하고 성장단계별 R&D 프로그램을 다양화하도록 추진계획을 담았다. 뿐만 아니라 ‘산업융합원천기술개발’에는 글로벌 대기업의 주관기관 참여를 배제하고 참여기업 형태로만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글로벌 전문기술개발사업’의 경우에는 아예 대기업 참여를 배제를 규정화했다. 이외에도 중소·중견기업의 고급연구인력을 지원하는 ‘기술혁신형 중소·중견기업 인력지원사업’ 확대, 중소기업 핵심 연구인력에 대한 부당 스카우트 방지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논의하기도 하였다.

 세 번째 목표는 ‘신뢰받는 R&D’이다. 온정주의적이고 부실한 선정 평가 등으로 인해 ‘R&D 품질 저하’가 우려된다는 점과 연구비 비리 발생으로 국민 불신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출발했다. 주목할 만한 내용은 평가위원 이력관리와 보상 제도를 연계하여 우수 평가위원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투명한 연구비 사용을 위한 연구비 유용방지대책으로는 ‘실시간 연구비 모니터링체제’ 및 ‘R&D장비·재료 납품업체 관리시스템’을 도입하고, 연구비 환수 기준과 제제기준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 있어서는 토론 과정에서 반대 여론도 많았다. 관리시스템이 너무 강화되면 R&D 예산 집행의 유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장비 대행업체 일괄 구입은 연구 테마별로 특성을 반영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R&D에 대한 국민 불신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명분이 우선하면서 관리 시스템이 강화되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 R&D 정책에 반영하지 못했던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과도한 성과주의를 경계할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의 평가 시스템은 보여주기식 평가 시스템이다. R&D기획보고서는 모든 사람에게 공개되고 연구자의 연구결과는 연차별 성과 발표회 등을 통하여 실시간 외부 연구자에게 제공된다. 앞으로 R&D는 선도형 R&D시대이기 때문에 연구보안이 매우 중요한데 이를 보완할 시스템을 만들지 못했다. 둘째는 과학기술자 사기진작이 중요한데 다루지 못했다. 얼마 전, KAIST교수가 연구비 유용으로 자살했다. 세계적으로 우수한 교수임에도, 랩-운영비 마련이 개인 유용으로 치부되어 자살하고만 사건이라고 한다. 연구비를 나쁘게 유용한 연구자도 있겠지만 과학기술자 대부분이 묵묵히 연구만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연구비 사용과정에서 프로세스의 복잡성 때문에 잠재적 범법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프로세스를 연구자 측면에서 바라보고 개선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는 점이다. 과학기술자를 우리나라의 미래를 열어가는 인재로 본다면 보다 따뜻한 사회적 시선과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