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잃은 한국포털…NHN·다음 영역싸움만

컨설턴트 김자현 씨(31)는 최근 오사마 빈라덴의 사망 소식을 트위터를 통해 처음 접했다. 트위터에서 급속도로 소식이 번져 지하철 이동 중에도 스마트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카카오톡에서도 소식이 빠르게 번졌다. 구글 검색을 해보니 오바마 미 대통령의 긴급 연설 전문까지 떠 있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국내에 본격 도입된 지 1년이 지남에 따라 국내 인터넷 서비스 지형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가 기존 포털을 대체하고 있으며, 카카오톡 서비스가 사실상 모바일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뒤처지지 않으려는 국내 포털사업자들의 이합집산도 가속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달 NHN과 다음이 구글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것이다. NHN과 다음은 휴대폰 제조사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스마트폰에 검색엔진을 탑재하는 과정에 구글이 영향을 미쳐 자사 검색엔진을 탑재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다음은 SK컴즈와 공동으로 네이버에 칼끝을 겨눴다. 네이버를 견제하기 위해 검색광고를 공동으로 판매ㆍ운영하고 다음 카페, SK컴즈 싸이월드 등 양사 주력 서비스를 연동하기로 발표한 것.

업계에서는 이번 `역공`이 한국 포털의 최근 위기의식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본다. 지난 10년간 네이버, 다음, SK컴즈의 성장으로 인해 한국은 `구글의 무덤`이라 불리면서 난공불락의 존재로까지 인식됐다. 그러나 스마트폰 도입 후 1년 만에 `성`이 무너지게 된 것이다.

실제로 카카오톡은 가입자 1000만을 돌파하면서 해외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으며 구글은 검색 점유율을 크게 높여 가고 있다. 유선인터넷 검색 점유율은 네이버가 약 70%, 다음이 20%가량을 차지하고 있지만 모바일 검색 점유율은 네이버가 51.9%, 구글은 16.1%로 2위 포털 다음(15.2%)과 3위 SK컴즈(13.6%)를 따돌렸다.

국내 포털의 실적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실적이 모바일 시대에 인터넷 주도권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을 가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적이 새로운 서비스 개발을 통해 개선됐다기보다는 기존 영역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

[매일경제]